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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이야기

‘복동’이 때문에 ‘밍밍’이를 내 보냈습니다

by 고향사람 2010. 4. 7.

마닐라 우리 집에는 ‘밍밍’이라는 고양이가 있었습니다.

한 2년 가까이 함께 살다보니 정도 들고,

더군다나 가끔씩 잡아 놓은 쥐를 보면 신통하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그동안 새끼도 여러 번 낳아 분가도 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이 고양이와 생이별을 해야 했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고양이를 내 쫒아 버렸습니다.

집안 일을 돕는 피노이와 공모해서 그렇게 했습니다.


평소 잘 알고 지내던 이가 강아지 ‘비글’ 한 쌍(복동이 복순이)을 분양해 준 것이

고양이에게는 독이 되고 말았던 겁니다.

어미젖을 제대로 떼지도 못한 강아지를 구박하는 고양이 시집살이? 때문에

보통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었습니다.

한 눈을 팔면 금세 물어 죽일 것 같은 그런 분위기가 계속됐습니다.


장고(長考) 끝에 고양이를 내 보내기로 했습니다.

빗자루로 쫒고 먹이도 주지 않고-

그러나 언감생심이었습니다. 오히려 제 새끼들과 함께 더 난리였습니다.

이 때 피노이가 좋은 방법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수면제를 먹여서 멀리 내다 버리자는 것이었습니다.


어짜피 도둑고양이 신분?이었던 놈이라 다시 내다 버린다고 해도

덜 미안했기 때문에 그러자고 장단을 맞췄습니다.

어미 고양이는 수면제 3알을 먹여 잠든 놈을 잡아 승용차에 태우고

집에서 아주 먼 곳에 버려두고 왔습니다.


그런데 분가를 않고 지내던 고양이 새끼들이 문제였습니다.

얼마나 영악한지 수면제를 탄 음식은 먹지도 않는 것이었습니다.

할 수 없이 기사가 생포해서 역시 차에 태워 멀리 ‘억지분가’를 시켜버렸습니다.


순전히 어린 강아지 때문이었습니다.

-정말 잘 키우겠다고 다짐을 몇 번이나 하고 받아 온 강아지여서 더 그랬습니다.


생 후 세 달이 지난 지금은 제법 개새끼^^ 흉내를 낼 만큼 자라

고양이와 맞짱을??? 떠도 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가 됐습니다.

하지만 이 녀석들이 자랄수록 고양이한테는 미안한 생각이 듭니다.

지금쯤은 같이 키워도 될 거 같다는 생각과 함께 말입니다.

그런데 어제부터 담 너머에서 낯익은 고양이 울음소리가 계속들립니다.

‘밍밍’이가 돌아 왔나-


오늘 밤에도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리면 나가 볼 참입니다.

‘밍밍’이라면 다시 받아 줘야 하나-

지금 은근히 고민중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