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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 필(phil - feel)

이글리시아 니 크리스도(INC)

by 고향사람 2017. 10. 2.

퀘존에 위치한 INC 본당

필리핀에 있다 보면, 뾰쪽하게 생긴 탑의 교회를 많이 보게 됩니다. 이 교회의 모양은 필리핀 어디를 가도 비슷합니다.
처음엔 별생각 없이 보다가 가는 곳마다 꽤 많은 수가 있는 것을 보고 궁금하게 생각해서 필리핀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INC, Iglesia ni Cristo 라고 합니다. 필리핀을 이해하는 중요한 문화 코드 중의 하나여서 다뤄보고자 합니다.

INC, 이글리시아 인 그리스도, Iglesia ni Cristo 의 필리핀 역사는 100년이 넘는 종교입니다.
상당히 뿌리가 깊고,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영향이 아주 깊습니다. 그렇다면 필리핀에서 INC의 현황은 어떻게 될까요 ?

2015년에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00년대 비공식적으로 (NSO 통계) 200백만명 (2,251,941명)의 신자로 2000년 대비 28%가 신장한 숫자입니다.
필리핀 전역에 INC는 골고루 분포되어 있는데요, 역시 수도인 마닐라가 373,147 (16.57%)로 가장 많습니다. INC는 마닐라가 있는 루손 섬(Luzon)에 가장 많이 분포되어 있는데요, 이 비율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앙헬레스로 유명한 팜팡가주에 약 10만 명(96,485명) 이나 있네요. 인근, 탈락, 누에 비아시아, 불라칸 등 역시 거의 비슷한 숫자의 성도들이 분포되어 있습니다. INC는 가톨릭이 일반적인 종교인 필리핀에서 특별하게 뭉쳐진 집단의식이 강한 편입니다. 대부분 기독교에서 분리된 다른 정경을 갖는 종교들 (소위, 이단이라 불리는) 성격상 자기들끼리 뭉치고 협력하고 이끌어 주는 성향이 강합니다. INC 교인은 INC 교인 끼리 결혼, 연애 심지어는 사업을 권장하고 있고 타 종교랑 인연이 맺어질 경우, 둘 중의 하나는 개종을 해야 하는 것이 관례입니다.


INC의 역사적인 배경을 간략히 살펴보면,
Iglesia ni Cristo는 영어로, Church of Christ 그리스도 교회라는 뜻입니다. "Felix Y. Manalo 팰릭스 Y 마나로" 라는 필리핀 사람이 1914년에 창립해서 초대 교주가 되었습니다. 많은 종교가 그렇듯이, INC역시 "우리만이 진짜 교회 창립자 팰릭스는 하나님이 주신 마지막 메신저라고 주장합니다. 초대 교주 팰릭스는 INC를 크게 부흥시킨후 1963년 죽습니다. 이미 그 당시, 1,250개의 지교회와 35개의 대 교회가 만들어집니다.


INC 초대교주, 창립자 팰릭스

팰릭스 이후, 그의 아들인 "Erano G. Manalo 엘라노 G 마나로" 가 그 자리를 잇습니다. 2010년 인구조사때 벌써 필리핀 전 인구의 2.45%가 INC교민이 되었습니다. 그 당시 종교비율은 로마 가톨릭 80.6% 이슬람 5.6% 정도입니다. 현재는 창립자의 손자, 에듀알도 V 마나로, Eduardo V. Manalo 가 교주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INC 3대교주, 창립자의 손자, 듀알도


처음엔 INC를 접하면 가톨릭에서 나온 변종 종교인지? 아니면 소위 기독교에서 이야기하는 이단인지 헷갈릴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초대 교주인 팰릭스의 살아온 여정과 그의 INC 창립 과정을 살펴보면 쉽게 그 정체성에 대해서 쉽게 알 수 있습니다.
팰릭스는 1886년 5월 10일 필리핀 마닐라 타귁, taguig에서 태어납니다. 다른 사람처럼 필리핀 국교인 가톨릭에서 세례를 받았지만 종교성이 뛰어난 팰릭스는 가톨릭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가톨릭 보다는 Aglipayan 이글리파이파 가톨릭 (로마 가톨릭에서 분리된 필리핀 자체 가톨릭)에 관심이 많았다가 1904년 감리교(Methodist)에 몸을 담게 되고 거기서 목사가 됩니다. 그러면서 장로교(Prebyterian) , 그리스도 전교회(Chrisrian Misson), 제7일 안식교회 (Seven-day Adventist Church) 에 관심을 두다가 결국은 기독교를 떠나서 무신론(Atheist)과 불가지론(Agnostic)에 친구들과 어울립니다.

1913년 11월에 팰릭스는 어떤 깨달음을 갖고 그의 아내와 함께 설교를 시작합니다. 시작한 지 10년째 1924년에 벌써 3~5,000명의 성도와 45개의 교회가 만들어지고 1936년에는 8,500명, 1954년에는 200,000명이라는 엄청난 신도를 갖게됩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한국의 대형교회 목사님들보다 훨씬 더 성공한 사람입니다. 여기서는 종교적인 이념문제인 INC의 교리에 대해선 다루지 않습니다. 정파에서 이단시화 되는 가장 큰 이유는 기독교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삼위일체설"을 INC에서 부정하기 때문입니다.

INC는 필리핀이 사는 해외 쪽에도 교세를 확장해서 1968 하와이 호놀루를 처음으로 미국, 라틴아메리카, 쿠바, 멕시코, 유럽, 영국, 미국, 스위스, 스칸디나비아, 로마, 이탈리아 심지어는 기독교의 성지인 예루살렘까지 교회를 세워갑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산호세의 INC 예배당, 건물의 약식이 필리핀과 동일


이미 한국에도 INC가 들어 와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에 몇개의 INC 교회(정확히, 예배당 수준) 가 있을까요 ? 놀랍게도 16개나 됩니다. 물론, 필리핀 많이 일하는 지역을 중심으로 있습니다. 예를 들어 " 안산, 부산, 광주, 경주, 서울, 대전, 의정부, 울산, 용산, 파주, 인천, 달서구, 익산, 인천, 김포" 등입니다.
공식적으로 2014년 기준 전 세계 114개국, 6,272명의 신자를 가지고 있습니다.




INC가 갖는 필리핀 사회의 영향력은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것 이상입니다.
이미 한화 2,500억을 들여서 New ERA University 라고 학생수가 30,000명이나 되는 종합 대학을 퀘존에서 운영하고 있는 것을 비롯,  2014년 6월 21일 에 우리나라 한화건설에 의뢰해서 불라칸에 세계최대규모인 "종합경기장, Arena"를 완공했습니다. 이 운동장 설립은 팰릭스가 INC을 창립한 지 100년을 기념하기 위해서 만들었기 때문에 100의 숫자의미가 부여하는 2014년 공기가 무척이나 중요했습니다. 한화에서 이 시기를 맞춰서  필리핀 정관계 및 INC 인사들에 호평을 받았다는 후문이 있습니다. 이때 현 대통령인 노이노이 (Benigno Aquini 3세)가 축하 연설을 했었습니다.

필리핀에서 INC 성도들은 직장에서 상당히 호평을 받습니다. 심지어 SM 같은 대형 몰에서는 INC 성도들을 우선으로 취업시킵니다. (저 역시 INC 직원을 쓰고 있습니다) 우선 교리에 의해서 정직하고 성실한 편이며, 가장 중요한 것은 필리핀 공휴일을 로마 가톨릭과 달리한다는 점입니다. 특히 모두가 다 쉬는 "만성절, 크리스마스, 홀리위크 " 등에서도 INC 성도들은 아무 불만 없이 묵묵히 일합니다.


차기 대권주자로 가장 높은 지지율을 받고 있는 듀탈테와 INC교주와의 만남


INC의 정치적 영향력은 전 필리핀 대통령, Manuel L. Quezon 마누엘 L 퀘존 부터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소위 "Bloc Voting 블록 보팅, 집단투표"가 정착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INC교민의 68~84%가 한 후보자를 지지합니다. 이는 성도 수를 약 2백만 명으로 추산 시 이 중 80%가 집단투표를 할 경우, 최대 무려 160만 표가 한 후보자에게 몰리는 정치적인 효과를 창출해 냅니다. 흔히 이야기하는 캐스팅보트, Casting vote의 역할을 톡톡히 하는 셈입니다. 실제 필리핀 방송국 ABS-CBN 자료로 약 137만 표를 INC에서 좌지우지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INC 종합운동장 아레나 기공 시, 현 대통령 노이노이가 직접 참관하고 연설한는 것은 INC의 영향력이 얼마나 크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실제 2010년 선거 시 INC는 현 대통령 노이노이와 부대통령으로는 Mar Roxas 말 로하스를 공식 지지 했습니다. 그런데 대통령은 되었지만, 부대통령은 전, 마닐라 마카티 시장인 비나이, Jejormar Binay 에게 밀려서 당선되지 않기도 했습니다. 
2009년 6월12일에 전 아로요, Arroyo 대통령이 개정헌법 No. 9645 조항으로 매해 6월 7일은 "이글리시아 크리스토의 날"로 정해서 공휴일을 제정했습니다. 참고로 이날은 직원이 INC일 경우 꼭 쉬게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강한 반발 혹은 사직의 효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필리핀에 대해서 잘 몰랐을 때 INC는 그냥 하나의 평범한 종교인가 보다? 라고 생각을 했다가 자꾸 접하고 알게 되니 INC에 대해서 새삼 많이 놀라게 됩니다. 특히 정부도 인정한 그들의 특별한 단결력, 조직적인 행동, 나름 근면하고 청렴한 태도 등은 필리핀 사회에서 INC가 뿌리 깊게 내리는 원동력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들만의 집단의식, 배타성, 종교적인 강압성 등은 사회에서 거리낌을 받는 요소 중의 하나가 되고 있습니다.
한국사람들은 필리핀 사람을 만날 때 종교를 잘 묻지 않습니다. 그냥 카톨릭이거니….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필리핀 사람들 속에서 그들을 조금 더 이해하려면, 그들의 종교가 무엇이고 그에 따른 어떤 생활방식을 갖는지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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