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릴 때 본 경험에 의하면 장마철에 따온 고추는 건조하는데 참 애를 먹습니다.
해는 나지 않고 습기는 많아 따 온 고추가 마르기도 전에 다 물러 터지거나
골아서 상품가치가 전혀 없는 폐기물로 변하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 부모님은 안방에 군불을 지펴 방바닥을 뜨끈하게 한 다음
그곳에 고추를 펴 널고 선풍기까지 틀어 대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고추말리기가 쉽지 않다는 거 이 때 처음 알게 됐습니다.
필리핀에 살면서는 고추말릴 일은 전혀 없습니다.
고추농사를 짓지도 않을뿐더러 고추하고는 별반 상관없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내가 며칠 전부터 생각지도 못했던 고추?말리기를 매일 밤 되풀이 하고 있습니다.
부모님 방식과 다른 점이 있다면 선풍기 대신 부채를 사용하고
빨간고추가 아닌 몸에 붙어있는 진짜 고추^^라는 겁니다.
마닐라 우리 집에는 한국서 영어 공부를 하러 온 초딩들이 여럿있습니다.
그중 개구쟁이 꼬마가 장난을 치다 그만 고추 끝에 상처를 입은 겁니다.
살짝 허물이 벗겨졌는데 그냥 두었다가는 염증이 생길 것 같아
소독을 해 주고 연고를 발라 주는데-
소독약을 바르면 빨리 마르지 않아 바로 부채로 부치기 시작한겁니다.
물기가 마르면 바로 연고를 바르기 위해서입니다.
아침 저녁으로 그러다보니 이젠 고추? 말리는 사람이 돼 버렸습니다.
초딩 5년짜리 풋고추 말리기-
그것도 보통 작업이 아니랍니다.
여자없는 방에서 바지는 엉덩이까지만 내려야하고
약은 아프지 않게 발라야하며 부채질 열심히 해서 물기 빨리 말려야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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