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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이야기

필리핀까지 이어지는 별난 징크스^^

by 고향사람 2010. 7. 23.

‘여자’ 다음으로 좋아하는 자동차.

그런데 차는 내 마음 같지 않은가 봅니다. 아무데나 자주 멈춰 서기 때문입니다.

호텔이나 모텔 앞에서 멈춰 선다면 그나마 ‘위안’이 되겠지만

내 차는 상상하기도 싫은 곳에서만 꼭 멈춰 섭니다.


아마 대한민국 운전사 중에서 서울 외곽순환도로 개통 후 홍지문 터널 한 가운데서

차가 고장 나 가장 먼저 멈춰 선 이가 바로 날겁니다.

어디 이뿐입니까.

한 밤중 한강대교에서 멈춰 서 있질 안았나 서해안 고속도로에서 견인차도 불러 봤고

아침출근 길 동부간선도로에서 얼굴을 판 적이 있습니다.


이 정도 경험이면 자동차하고 인연을 끊을 만도 하지만

그 때마다 차를 바꿔 가면서 용케도 필리핀까지 왔습니다.

여기서는 좀 낫겠거니 하고 살았는데-

그 연줄 끊기가 ‘현생’에서는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필리핀 수도인 메트로 마닐라에서는 미국산 차를 운전했는데-

마침 연료 표시등에 붉은 불이 들어오는 겁니다.

한국 차 같으면 20-30킬로 더 가는 건 문제가 아니라 무시하고 주행을 계속했습니다.

그런데 시내 한 복판에서 갑자기 엔진이 ‘푸드덕’하는 가 싶더니 그대로 시동이 꺼져 버리는 겁니다.

-이런 제길


금세 마닐라 시내에 있던 모든? 교통경찰이 한 껀 잡았다는 표정으로 몰려들고

어디서 나타났는지 견인차 기사도 의미있는 미소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이날도 적지 않은 돈이 나간 것은 물론이고 옆에 탔던 마눌은 지금까지도 그 잔소리입니다.


어제는 아우와 함께 일하는 민다나오에서 중장비를 이동하는 중에

‘로-더’가 길 한 복판에서 퍼져 버렸습니다.

그렇잖아도 좁은 길, 그 한 가운데서 산만한 로-더가 꼼짝을 못하고 있으니-

이 날도 10년은 더 살 만큼 욕 많이 먹었습니다. 

결국 중장비 견인차 불러 밤늦게 실어 냈지만-


지금 생각해도 네발달린 자동차 하고는 영 인연이 없는 것 같습니다.

내가 좋아 하는 것들은 왜 이 모양인지-

-여자 좋아했더니 겨우 고른 게 못난 여편네 하나

-자동차 좋아하니 매번 길 위에서 퍼져 버리고.

별난 징크스에서 언제나 해방이 될런지. 암튼 요즘은 집 안팎에서 바짝 더 긴장하며 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