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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드디어 ‘눈 큰’ 여자와 살게 됐습니다

by 고향사람 2010. 4. 12.

-소원 하나가 있었습니다.

그건 부귀영화도, 건강장수를 원하는 것도 아닌 아주 소박한 것이었습니다.

바로 시원시원 할 정도로 큰 눈을 가진 여자와 살아 보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뭔 운명의 장난인지

얼굴도 작고, 눈은 더 작은 마누라를 만나게 됐습니다.

-난 지지리도 복이 없당께

이 소리만 하면서 지금까지 살아왔습니다.


-내 머리에는 ‘가마’가 두 개나 있습니다.

옛말에 가마가 두 개면 장가 두 번 간다고, 그래서 한 번 남은 기회???가 있다면

그 땐 다른 거 하나도 안보고 오직 눈 큰 여자만 찾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오매불망한 기도덕분일까요. 드디어 그 소원이 이루어지게 됐습니다.

아니 이루어 진 셈입니다. 현생에서는 힘들지 않나 싶었었는데-

신께서 축복을 해 주셨나 봅니다.

드디어 큰 눈 가진 여자와 살게 됐으니까 말입니다.


지난 4일 아들놈과 한국에 나간 마눌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쌍꺼풀 수술을 했다는 겁니다.

한국만 나가면 간이 커지는 마눌인지라 매번 얼굴에 칼 대지 말라고 협박을 했는데-

이번에는 간이 배 밖으로 나왔나 봅니다.


‘이 여편네야. 조막만한 얼굴에 눈 만 크게 만들면 그게 외계인 ET지 어디 사람여’

수화기에다 냅다 소리 소리를 질러 댔습니다.

눈꺼풀이 자꾸 내려앉는 거 같아서 수술을 했다는 변명아닌 변명을 늘어놓았지만

내 목소리는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그런다고 수술한 것이 없어지는 것도 아닌터라-

암튼 이제부터는 눈 큰 여자와 살게 됐습니다.

내 속셈은 눈뿐만 아니라 키도 크고, 얼굴도 큰 여자와 살아 보고 싶어

‘가마’ 핑계대고 장가 한 번 더 들게 해 달라고 기도했던 건데-

그게 전달?이 잘못 됐는지 쌍꺼풀 수술해 눈만 커진 마눌과

계속 사는 것으로 결론 나 버렸습니다.


5월 초에 마눌이 필리핀에 들어오게 되면-

결국 내 소원은 반쪽만 이뤄져 이젠 ‘눈 만 큰’ 여자와 살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