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고 있는 외사촌 아우나 나-
둘 다 못 된 습관만 갖고 있습니다.
나는 소싯적 아궁이 속 보릿대가 연기를 폴폴 내면서 타는 것을 슬쩍 빼내
담배 피는 흉내를 내다가 그 화독내에 놀란 이후 언감생심 담배 필 생각을 못했고
아우는 오리지널 크리스천이라 아직도 담배를 못 배우고 있습니다.
술은 분위기 따라 한 두잔은 약이라고 우겨대는 나지만
아우는 술 잔도 들어 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정말 나쁜 습관만 가진 좀 모자란 인간들입니다.
덕분에 아우와 살다보면 은근히 경계해야 할 일이 생깁니다.
그건 바로 과자와 캔디 초컬릿을 놓고 겪는 신경전입니다.
술 담배 못하는 이들의 특기가 군것질이라더니 우리가 그 모양새입니다.
필리핀 우리 살림살이 중에는 과자가 큰 몫에 속합니다. 그것도 한국 과자가 말입니다.
한국 식품점에서 비싼 가격에 과자를 사와서는 둘이 공평하게 나눠서
서로가 잘 감춰??두고 먹습니다.
하지만 외부일이 바쁜 아우가 집에 들어오는 시각은 나보다 늦을 때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과자 먹을 시간도 적어져 아우 상자에는 과자가 넘치는 것 같습니다.
반면에 나는 늘 부족합니다.
그럴 때마다 슬쩍슬쩍 훔쳐다 먹는데- 지난 번에는 한국에 다녀온 아우가
훵하니 빈 과자상자를 보곤 소리쳐 댑니다. -형이 다 먹었지.
-여기 더운 나라잖여. 다 상할까봐 내가 먹은 겨.
-그게 얼마 된 과자라고 상혀. 말도 안되는 소리 허지마.
-느가 잘 모르는가 본디. 요즘 신종 인풀루는 상한 과자 먹으면 잘 걸린댜. 조심허야지.
결국 동생이 지고 맙니다.
그리고는 이튿날 한국식품가게에 가서는 또 잔뜩 사다 놉니다.
그래봤자 내 몫은 사흘을 못 넘깁니다. 그리곤 동생 박스를 슬슬 훔쳐봅니다.
-야. 그거 상한거 같잖냐. 한 번 뜯어 봐야 쓰잖을까.
필리핀서 살다보니 누가 형이고 동생인지 헛갈리는 거 같습니다^^
차라리 담배나 배우는 게 낫지 싶어지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