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사람 2016. 11. 20. 09:45

출장지에서 돌아 와 오랜만에 한인교회에 나갔더니

못 뵙던 어르신 두 분이 와 계셨습니다.

70대 후반과 80대 초반인 노인분이셨습니다.

 

한국의 겨울 추위를 피해 일찌 감치

상하의 나라 필리핀으로 오신 겁니다.

물론 이곳에 터를 잡고 있는 자녀분들이 모셔왔습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겨울이 코 앞으로 닥치면

엄니한테 필리핀에 가자고 졸라대던 내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싫다야. 난 그져 고향마을 동년배들이랑 경노당서 지낼테니

너나 어여 가. 느 안식구랑 아우들이 기다리잖여.

 

그래도 몇 년에 한 번씩은 필리핀에 오셔서

겨울을 나곤 하셨는데-

이젠 그 어리광도 부릴 수 없게 되니 마음이 짠해집니다.

 

특히 교회나 이웃집에 지인의 부모님이 오셨다는 소리를 듣게 되면

어머님이 더욱 보고파 집니다.

-살아 계실 땐 왜 몰랐을까

 

내 가슴의 멍울이 보름달만 해지면

나 역시 이 세상 사람이 아닐 수 있습니다.

삶이 다 그런 걸-

 

남은 생은 더 아끼고 사랑하며 살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모자란게 정이고

지워지지 않는 한이겠지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