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스웨덴 예테보리 하프마라톤에 참가한 19세 청년 미카엘 에크발은 멈추지 않고 달렸다.
4만여명이 참가한 세계 최고 하프마라톤 대회의 수만명 관중들 앞에서 그는 달렸다. 에크발의 괄약근은 2㎞ 지점에서 결국 대장의 압력에 굴복했고 이후 10㎞가 넘는 거리 동안 설사를 했다. 벌써 8년이 지났지만 당시 에크발의 사진은 여전히 인터넷을 떠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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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DEVOTE 블로그]
스웨덴에선 그에게 ‘bajsmannen’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X싼 남자’라는 뜻. 수업 시간 교실에서 실례만 해도 겪는 낯뜨거움은 이루 말할 수 없는데, 국제대회에서라니.
당시 레이스를 마친 그에게 한 기자가 물었다.
- 질의 :“대체 왜 레이스를 관두고 씻으러 갈 생각을 안 했나요?”
- 응답 :“시간 낭비니까요. 한번 멈추면 그 다음, 또 그 다음에도 멈추게 되기 쉽지요. 그러면 습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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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DEVOTE 블로그]
에크발은 이듬해 같은 대회에 출전해 9위를 기록했다. 멈추지 않는다는 그의 말대로 성적도 계속해서 전진해 나갔다. 그리고 2014년 3월. 덴마크 코펜하겐 하프마라톤 대회에선 1시간 2분 29초를 기록해 스웨덴 신기록을 세웠다. 유럽육상선수권 대회에 스웨덴 국가대표로도 출전했다.
올해 27세인 그는 1만m와 마라톤 선수로도 출전하고 있다. 스웨덴 신기록과 차이가 크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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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겐 트라우마로 남을 수도 있는 경험을 그는 보란 듯 극복해냈다. 민망한 상황을 참고 달렸기에 그가 지금의 위치까지 올랐다기보다, 극기의 정신 자세를 갖췄기에 그런 상황에서도 계속 달리기로 했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어떤 이에겐 인생에 잊고 싶은 처절한 경험일지라도, 누군가에겐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하나의 일화에 불과할 수도 있다. 에크발을 보자면 말이다.
이정봉 기자 mol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