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눈이 예쁘다고???
우리 사무실에 ‘로저’ 라는 이름을 가진 운저기사가 있습니다.
발렌시아 산속에서 살다가 시내로 나와 트럭운전사로 일했고
두 달 전부터는 우리 사무실 기사로 채용됐습니다.
덩치도 작고 영어도 나 만큼이나 못해
서로 커뮤니케이션이 엉망입니다.
상호 4개 국어를 동원해도 바디 랭귀지만 못할 때가 더 많으니까 말입니다.
그래도 자주 다니다 보니 이런저런 대화가 오가긴 합니다.
오늘 아침 출근 길엔
-너 한국 바바애(여자) 보면 어떠니. 예쁘니??
그러자 로저가 눈을 크게 뜨면서 대답합니다.
한국 여자 무척 예쁘다는 겁니다.
- 한국 여자는 어디가 예쁜데.
질문을 하면서도 뻔한 대답이 나올 줄 알기에 관심도 없었는데
이 친구 대답을 듣고는 한 참 웃었습니다.
얼굴이나 피부, 혹은 몸매가 예쁘다는 대답이 아니라
엉뚱하게도 작은 눈이 정말 예쁘다는 겁니다.
-뭐여 작은 눈이 예쁘다고. 임마 그건 한국 여자들의 콤플렉스여.
내가 속으로 중얼거리며 다시 물어습니다.
그러자 이번엔 ‘뿌띠’라서 예쁘다는 겁니다.
이 소리를 듣곤 뿌띠가 아니라 ‘뷰티’지- 하고
발음을 멋지게 교정해 주자 로저가 고개를 흔들며 다시 말합니다.
뿌디- 라고
그래 뷰티-
아름다운 건 뷰티라고 허는 겨
그러자 로저가 답답한 듯 자동차 색을 가르치더니 뿌띠 뿌띠 하는 겁니다.
가만보니 화잍컬러, 즉 흰색을 시부아노로 뿌띠라고 하는 겁니다.
결론적으로 한국여자는 작은 눈에 하얀 피부를 가지고 있어서 예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려. 근디 뿌띠는 동감하지만 작은 눈은 아니다야.
한국 여자들 눈 크게 보일려고 쌍꺼풀 수술하고 속 눈썹 붙이고 난리도 아닌디.
너 한국 여자한데 눈 작아서 예쁘다고 했다간 얻어 맞는다.
암튼 예쁜 것에 대한 기준도 개인차가 심한 것 같습니다.
근디 가만 보니 운전기사 로저의 눈이 아주 작고 옆으로 많이 찢어져 있었습니다.
그려 니 눈이 그렁께 너도 작은 눈을 좋아하는 겨.
이제야 그 답을 알 것 같습니다.
-작은 눈이 좋다는 그 이유를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