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나싱개국을 먹다

고향사람 2014. 3. 20. 08:52

나싱개-

무슨 말인지 아세요???

 

나싱개는 봄 나물의 대명사인 냉이를 일컫는 충청도 방언이랍니다.

이 말은 우리 엄니한테 배웠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엄니와 대화 할 때면 냉이라 하지 않고

꼭 나싱개라고 합니다.

 

봄볕 좋았던 어제 일입니다.

집 뒤 텃밭에 나가 계시던 엄니께서 두어시간만에 들어오셨습니다.

플라스틱 바가지에 나싱개와 아기쑥을 수북히 담아 가지고 말입니다.

 

-엄니 그게 뭔거유?

=니 별거아녀. 밭둑을 보니께 나싱개가 나왔길래 한 움쿰 뜯은겨.

 

덕분에 어제 저녁은 나싱개국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올 들어 처음으로 먹어 본 냉이국이었습니다.

얼큰한 냉이 된장국, 아니 나싱개국을 먹고 나니

-이게 고향 향기지 싶어졌습니다.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냉이국을 두 사발이나 먹었더니-

춘곤증 소리 안하고 봄을 날 것 같아집니다.

이제 농촌 들녘 지천에 냉이 쑥 다래 씀바귀 민들레 -

각종 나물거리가 넘쳐 날 겁니다.

 

오늘 오후 햇볕이 좋아지면

대바구리 들고 엄니랑 나물캐러 들판에 나가 볼 참입니다.

아직 쑥이 제대로 나진 않았지만 조만간 쑥버무리에 쑥개떡까지-

먹을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습니다.

 

엄니와 함께 맞은 고향의 봄-

이래서 참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