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 편지
선경과 속세
고향사람
2013. 10. 22. 16:17
필리핀 맨 끝 섬인 민다나오
그 섬 깊숙한 오지(奧地)중 오지에
오두막 한 채 지어 놓고
그 안에 앉아 있다 보니
속세와 선경이 15도 각으로 펼쳐진다
대청 중앙에 안자 출입문 쪽을 보면
객지도 아닌 타국에서 돈 좀 벌어 보겠다고
파헤쳐 놓은 광산이 무채색으로 펼쳐져 있지만
고개를 15도 돌린 눈 앞에는
지상선경이 속세를 잊게 한다
광산쪽에서 들리는 소리래야
포클레인과 불도저의 굉음에 돌 구르는 소리가 코러스를 넣지만
15도 각 사이로는 개울물 흐르는 소리와
지저귀는 새, 나뭇잎을 스치는 바람소리가 나의 존재도 잊게한다
누가 삶과 죽음이 둘이 아니라고 했던가
고개만 돌려도 속세와 선경을 실감할 수 있는 곳이라서
인생의 깊은 맛을 느끼게 된다
광산쪽을 보면 돈이 보이고
펼쳐진 풍경을 보노라면 선경이 그립고
필리핀 민다나오 섬의 오지에선
속된 인간인 내가 결정할 것이 별로 없는듯 싶어진다
모다
하늘에 맡기고 그져 허허허 웃으며 살련다
오늘 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