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이야기

필리핀 산골 임빠하농의 장날엔-

고향사람 2013. 10. 2. 14:23

필리핀 오지(奧地)인 임빠하농 가는 길에 펼쳐진

두메산골 시장을 보고 나서부턴 나도 모르게

가수 조영남씨사 부른 화개장터라는 노래를 흥얼거리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

섬진강 줄기따라 화개장터엔

아랫말 하동사람 윗마을 구례사람

닷새마다 어우러져 장을 펼치네

구경 한 번 와보세요 보기엔 그냥 시골 장터지만

있어야 할건 다 있구요 없을건 없답니다 화개장터’

 

꼭 이 노랫가사를 흉내 내기라도 한양

이들은 개울을 가로지르는 다리에서 장을 펼칩니다.

일주일 간격인 매 목요일 오전에 말입니다.

 

장이 펼쳐지는 다릿목은 일반차들이 들어 올 수 있는 한계점이기도 합니다.

그 이상은 도로 사정이 좋지 않아 차량 운행이 불가능합니다.

가끔 4륜 구동의 지프가 오르내리기도 하지만

비라도 심하게 내리면 오도가도 못할 지경에 처하기 때문에

대개는 이 다리를 종점으로 삼고 있습니다.

 

때문에 장도 이 다리에서 열립니다.

산 윗동네 사람들은 말이나 소, 혹은 까라바오(물소)를 타고 내려오고

산 아랫 사람들, 도시에서 온 장사꾼들도 여기에 짐을 풉니다.

 

도시 사람들이 가지고 온 설탕 소금 쌀을 비롯한 일상품들은

현금보다는 현물로 교환하는 것이 이곳 장날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산 사람들이 일주일동안 정성들여 마련한 농산물이나 약초,

혹은 아바카(abaca - 바나나 줄기서 축출한 실?- 따글로) 등을

상인에게 팔거나 아님 다른 물건으로 바꿉니다.

 

장은 점심 전에 파하게 되는데-

한 낮의 햇볕이 장난이 아니고 또한 산속 집으로 갈 길이 멀기 때문입니다.

산골 장날은 일주일 동안 떨어져 살면서 겪게된 이것저것 정보를 나누게 되고

일가친척 또는 정겨운 이웃동네 사람들을 만나는 날이기도 합니다.

덕분에 이날은 산속 이곳저곳에 흩어져 살던 이들이 다 내려 오다 시피합니다.

장돌배기까지도 말입니다^^

이러니- 아무리 작은 장일지라도 있을 건 다 있습니다.

없는 건 빼고 말입니다^^

 

내 입에서 조영님씨의 화개장터 노래가 자연스럽게 나올 만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구경 한 번 와보세요 보기엔 그냥 시골 장터지만

있어야 할건 다 있구요 없을건 없답니다 두메장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