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타이’ 좀 하지-
오늘 수리가오 시내로 나가는 길이었습니다.
내 차 갤로퍼가 고장나 클라베 터미널에서 밴을 타고 가기로 결정하고
매니저 마크를 앞세워 가는 길이었습니다.
민다나오 촌에서는 장거리 노선은 밴이 버스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멀티캡(1톤 미니트럭?) 이나 트라이시클은 마을버스 역할을 하고
오토바이는 대절용으로 많이 이용합니다.
밴은 정원이 다 찰 때까지 움직이지 않는 까닭에 잘못하면 차안에서
한 참을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에어컨도 없는 차 안에 있다보면 온 몸이 땀에 젖어
꼴이 말이 아닐 때도 많습니다.
더군다나 외국인이 그런 꼴?로 앉아 있자면 주변 사람의 이목이 부담스럽기 조차 합니다.
오늘은 다행히 차가 도착하자마자 자리가 만석이 돼 바로 출발이 됐습니다.
자리도 앞 좌석을 차지해 몸을 부닥칠 염려도 없었고
차도 비교적 깔끔한 편에 속했습니다.
속으로 -이것도 복이여 하고 기분 좋게 출발했습니다.
그런데 중간에 운전기사가 차를 세우더니 차에서 내리는가 싶더니
조수석 문을 열고는 내게 안전벨트를 채워 주는 겁니다.
외국인이라고 특별히 봐주는가 보다 싶었는데-
조금 더 달리다 보니 검문소가 보였습니다.
그럼 그렇지.
검문소를 통과 하는데 경찰은 물론 바랑가이 직원도 눈에 띄질 않습니다.
운전기사가 안심하고 속도를 더 냅니다.
그런데 엉뚱한 곳에서 경찰을 만났습니다.
경찰이 차를 세웁니다. 알고보니 차 문을 열고 운행했던 겁니다.
검문소를 통과하면서 마음 놓고 문(승하차하는 옆문)을 열어 버린 겁니다.
하기사 워낙 더운 필리핀 날씨에 에어컨도 없이 초과인원을 태웠으니-
딱지를 떼는데-
운전사가 아무리 사정을 해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나중에 보니 1천 페소짜리 딱지였습니다.
수리가오 시내까지 1인당 80페소를 받고 12명 태우고 가는중인데-
벌금 물고 나면 한 푼도 남지 않게 생겼습니다.
운전사 얼굴이 노래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열받은 운전사가 조수한테 반타이(bantaye)- 반타이하며 투덜거리는데
그게 뭔 소린지 몰라 매니저 한테 슬며시 물어 보니
이 나라 말로 -잘 좀 보지. -조심하지 뭐 이런 뜻이랍니다.
영어로 표현한다면 어텐티브(attentive 주의 깊은) 워치아웃(watchout 경계 조심)
정도가 됩니다.
투덜거리면서도 30여분을 열심히 달리는데-
이번에는 뒷바퀴서 ‘펑’ 소리와 함께 바람 빠지는 소리가 납니다.
빵구가 난겁니다.
옆에 앉아 있던 내가 다 미안해졌습니다.
-오늘 왜 그러니???(차 탈 땐 금세 만석이 돼 복인 줄 알았는데-)
바퀴를 갈아 끼울 때까지 10여분 넘게 나무 그늘에서 기다리다
겨우 수리가오에 도착했습니다.
-그러게 반타이 좀 하지.
나도 모르게 운전사에게 한 마디 했습니다.
조금만 신경 썼으면 딱지도 안뗐을 테니까 말입니다.
그나저나 이 험한 동네선 나도 반타이 하면서 살아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