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이야기

‘조이’야 너 자꾸 그럴래???

고향사람 2013. 3. 7. 10:04

빨래한 양말이 짝짝이거나

흰옷과 붉은 옷을 섞어 세탁해 분홍색 티를 만들어 놓아도

그러려니 했습니다.

 

라면을 푹 삶아 우동면발을 만들더라도

한국서 공수해 온 김이 자꾸 사라저도

책상위의 동전이 없어져도 따지지 않았습니다.

다 그럴수도 있는 일이고

누가 가져가고 먹었는지 안봐도 비디오인데-

그걸 따져 물어 뭐하냐 싶은게 우리 형제들간 이심전심이었습니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다 보니

이젠 누가 보스인지 혼돈이 될 때가 있습니다.

어제께는 아래층에서 아우가 큰 소리를 내고 있었습니다.

좀 처럼 목소리 높이지 않는 아우인지라 은근히 궁금했습니다.

아닌게 아니라 씩씩 거리며 올라 온 아우가 내게 하소연을 합니다.

 

-성님. 저것들 너무 하는거 아뉴.

=뭔일인디.

-아 글씨유 내 컴퓨터 스피커가 없어져 한 참을 찾다가 혹시나 싶어 내려가 봤더니

저것들이 쓰고 있쟎유. 그래서 노트북 컴퓨터까지 다 반납하라구 했슈.

 

맘씨 좋은 아우가 1년 전쯤인가 새 컴퓨터를 사면서 쓰던 것을

헬퍼에게 빌려 준것을 알고 있던 터라 무슨 사연인지 대충 알 것 같았습니다.

나한테 하소연? 처럼 말하는 아우인지라 그냥 모른체 할수도 없었습니다.

=그러냐. 근디 그건 갸들 잘못이 아닌거 같다야. 이왕이면 컴퓨터 줄 때

스피커까지 하나 사줬어야지.

 

내 흰소리에 아우가 거품을 물 태세입니다.

편은 들어 주지 못할 망정 쪽박까지 깨는 소릴 해 대니 그런가 봅니다.

-형은 이게 아무렇지도 않아유.

=잔걸로 자꾸 따지지 말어. 난 내가 사다 놓은 껌이랑 과자는 뜯긴 하는데

끝까지 먹어 본 적이 없다야. 그걸 누가 건들것냐. 그냥 열심히 사다 놓고

먹고 싶을 때 왕창 먹고 마는겨. 그러다 보면 속상할 일도 아닌께.

 

내 소리가 약이 됐는지 아니면 홧김에 서방질 한다고-

내게 핀잔을 먹은 아우가

헬퍼 조이에게 헌 컴퓨터를 다시 돌려 줬나 봅니다.

조만간 스피커도 사다 줄겁니다.

아우 성격이 원래 그러니까 말입니다^^

 

=근데 조이야 그러지 마라. 자꾸 그러단 어느 날 보따리 싸야 할지도 모릉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