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이야기

‘힐’ 마눌이 24세라니-

고향사람 2013. 2. 6. 10:11

우리 회사에서 근무하는 최고령자 직원은 ‘힐’(tohilito gil palaierica)입니다.

(gil이 힐로 발음되는 것은 스페니쉬 발음 때문)

올해 우리 나이로 쉰 아홉입니다.

나보다 다섯 살이나 많은 고령자?입니다.

 

이마도 벗겨졌고

앞니도 서너개나 빠졌지만

문신이 새겨진 우람한 그의 팔뚝을 보면 힘을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힐=힘’

글자가 비슷해서인지 힐은 정말 힘도 좋습니다.

불도저 기사로써는 안성마춤입니다.

그가 운전하는 불도저는 우리 회사에서 가장 큰 장비입니다.

그런 장비를 승용차 굴리듯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것을 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오십대 나이로 살다보니 그와는 통하는 게 많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는 아직 내가 넘보기에 ‘너무 먼 당신’입니다.

그저 바라만 보고 있지-라는 노래 가사 처럼

난 부러워?만 하고 있을 뿐입니다.

 

매달 월급날이 되면 힐의 부인이 사무실에 옵니다.

그 때 딸내미를 데리고 오는데 얼마나 귀여운지 꼭 깨물어 주고 싶을 정도입니다.

59세에 둔 딸-

그게 이제 돌잡이이니 그 부인의 나이도 궁금해 집니다.

물어 보니 24세랍니다^^

누가 딸인지???

 

처음에 힐 부인을 보았을 때는 그 여자가 딸인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함께 온 아이는 손녀로 봤습니다.

그런데 그게 마눌이고 딸이라니-

농담인줄 알고 웃었다가 정색을 하고 나서는 힐을 보고는 내가 민망했습니다.

 

이 날 이 후-

힐을 보면 내가 먹는 비타민도 덜어 주고

간식도 슬슬 챙겨주기 시작했습니다.

딸 같은 젊은 마눌하고 살려면 잘 먹어 둬야 할 것 같아섭니다^^

 

마눌하고 떨어져 사는 나야

영양제까지 꼭꼭 챙겨 먹을 일이 뭐 있나 싶기도하고 말입니다.

 

우리 회사의 노익장-힐

불도저만 운전 잘 하는 줄 알았는데-

여자 다루는 솜씨는 한 술 더 뜨나 봅니다^^

암튼 요즘은 힐이 부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