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이야기

필리핀서 경험한 우리 회사의 기적(크리스마스의 기적 2탄)

고향사람 2012. 12. 7. 11:14

(크리스마스의 기적 1탄에서 이어 받음)

정말 기적이었습니다.

기운 빠졌던 몸에서 생기가 돌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은근히 화도 났습니다. 그래서 물었습니다. ‘왜 잘 알아 보지도 않고 우리 포크레인이 불탔다고 했냐’며 따져 물었더니 우리 것과 크기와 색깔이 같은 다른 회사의 것이어서 착각했었다는 겁니다.

 

이날 반군들이 철수했다는 연락을 받고 이튿날 이른 아침 아우가 현장으로 쫒아 갔습니다. 직원들의 안위를 확인하고 장비들을 점검하기 위해서입니다. 하루를 현장에서 보내고 돌아 온 아우의 이야기를 듣고는 가슴을 쓸어 내렸습니다. 정말 기적이라는 말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현장에 가 보니 우리 포크레인은 3-4미터 높이의 흙더미 위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그 아래에 있던 모든 기계가 다 전소 됐는데 우리 것만 멀쩡하게 서 있더라는 겁니다.

 

반군들이 흙더미를 밟고 몇 미터 더 올라가기가 귀찮았던지 아님 평지에 있는 다른 장비들을 불태우기에 바빠 그냥 지나쳤는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유일하게 우리 포크레인만 무사했답니다. 다른 곳에서 작업하던 3대중 한 대는 고장이 나 산골짜기에서 나오지 못해 무사했고 나머지 두 대는 반군들이 난입한 곳과 떨어져 있어 무사했다는 겁니다.

 

바닷가에 정박해 있던 수십억원짜리 바지선과 숙소 창고까지 불 태웠던 이번 사건을 보며 우린 필리핀서 기적을 체험한 사람들이 됐습니다. 우리 스스로가 그리 생각중입니다. 필리핀 언론들이 톱 기사로 보도하고 한국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민다나오 지역을 ‘여행자제’ 구역서 1단계 상승시킨 ‘여행제한 지역’ (까가얀데오로 다바오 시는 제외)으로 선포할 만큼 엄청난 사건이었음에도 불구, 우리는 전혀 피해를 입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3탄으로 계속 이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