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이야기

도로 위의 십자가는 망자의 표식

고향사람 2012. 10. 15. 16:26

필리핀서 차를 타고 가다 보면 간혹

도로 위에나 갓길에 놓여 있는 미니 십자가를 보게 됩니다.

이 모습을 보면 마음이 섬뜩해집니다.

교통사고로 숨진 이가 있었다는 표식이기 때문입니다.

 

피노이들은 도로상에서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가 발생하면

그 자리에 십자가를 만들어 놓고 꽃을 놓아 둡니다.

사고 첫날은 아예 도로 한 차선을 차지한 십자가와 꽃, 깡통불(야간 표시용)을

보게 됩니다.

 

이로 인한 트래픽이 심해도 누구하나 불평하지 않습니다.

망자의 마지막 흔적이라선지 선뜻 치우라고 요구하지 않나 봅니다.

하루 정도 지나면 이 십자가와 꽃은 갓 길로 옮겨지고 2-3일 혹은

일주일 이상 그 자리를 지킵니다.

 

이런 풍습을 알기에-

차를 타고 가다가 길 위에 놓여 있는 십자가를 보게 되면

기분이 묘해 집니다.

-어떤 이가 어떤 사고로 유명을 달리 했을까 싶어서입니다.

 

필리핀은 크고 작은 교통사고가 많습니다.

특히 오토바이나 트라이시클 사고가 빈번합니다.

비 내리는 날이나 밤에는 더 많은 사고가 발생하는데

대부분 라이트나 반사경이 없는 오토바이를 탄 이들이

뒤 따르던 차량에 의해 추돌을 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어이없는 사고로 망자가 발생하면 그 자리에

미니 십자가가 놓여 지고 행인들을 이 표식을 보면서

사고가 있었음을 짐작하게 됩니다.

 

내가 자주 다니는 몇몇 곳에서는 1년에도 몇 번씩 길 위에 놓여 있는

십자가를 보게 됩니다.

사고가 빈번한 곳이지만 아무런 대책도 못 세우는 필리핀 당국-

그래서 허무하게 이승을 떠난 망자들이 더 안타깝기만 합니다.

 

한국인들-

필리핀서 교통사고를 더 조심해야 할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오늘도 안전운전 안전보행을 한 번 더 외쳐 봅니다.

우리의 무사함을 위해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