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이야기

하룻밤에 금 400그램을 건졌다면-

고향사람 2012. 9. 13. 16:16

우리 사무실이 있는 까가얀데오로 시내에서

사금이 많이 나오는 뜸바곤까지는 차로 두어시간 거리입니다.

시내를 관통하는 강의 중상류쪽입니다.

 

이곳에는 우리 회사서 임대해준 백호(바코-포크레인)가 한 대 있습니다.

그런데 이 바코가 이 지역 주민들의 경제활동에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어젯밤에는 사금 400 그램을 채취하는 성과를 올리는데 일조했다니까 말입니다.

 

이 지역 피노이들이 사금을 채취하는 과정은 단순하기 조차 합니다.

일전에 소개했던 것 처럼 사금이 많이 포함돼 있는 강 바닥 모래&흙을

바코 기사가 퍼 올려 놓으면 일꾼들이 이곳에 물을 뿌리고

그 흘러내리는 모래&흙을 스크린으로 걸러내다 보면

비중이 무거운 금이 가라앉게 되는데 최종적으로 이를 채취하는 식입니다.

 

복불복이라고 해야 하나요.

그날의 재수에 따라 금의 수확량은 들쭉날쭉합니다.

재수가 신통치 않은 날은 경비 건지기도 버겁지만 운 좋은 날은

하룻밤에도 400 그램을 채취하기도 하니까 말입니다.

 

이 정도 규모면 70만 페소,

그러니까 우리 돈으로 1천 8백만원이 넘는 금액입니다.

정말 노다지를 캔다는 소리가 나올 만 합니다.

금이 많이 나왔다고 임대비용이 올라가지는 않습니다.

 

피노이들이 캔 금 하고 우리가 올리는 임대수익은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만 이들이 금을 계속 캘 수만 있다면

바코 임대기간이 길어지니까 결국은 우리 회사도 수익이 올라가는 구조인 것은

틀림이 없습니다.

 

하지만 지난 밤 처럼 사금 400그램을 캐는 횡재를 했다해도

우리 한테 떨어지는 것은 바코가 일한 시간만큼 임대 비용을 받는 것 뿐입니다.

반면 이런 좋은 소식이 들리면 인간적인 욕심도 생깁니다.

이 정도 사금을 수확할 수 있다면 우리 장비를 더 투입해

직접 금 채취를 해봐- 하는 그런 것 말입니다.

 

그때마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한다’는 한국 속담이 생각나

꾸-욱 참고 있습니다.

가끔 아우가 장비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우리도 한 번 해 보자고 하는데-

나이 더 먹거들랑 해 보자며 지금 하는 사업에만 ‘올인’ 하자고 달래고 있습니다.

 

그래도 노란 생 금?을 보면 욕심이 발동하니-

돈 욕심은 나이를 불문하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