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이야기

쇼- 쇼- 쇼- 제트스키 쇼-

고향사람 2012. 8. 4. 08:23

무식하거나 아님 용감하거나-

요즘 두 아우가 하는 짓을 보자면 이 말 밖에 떠오르지 않습니다.

 

지난 금요일이었습니다.

주말을 앞두고 까가얀데오로에서 차와 배로 서너시간 가야하는

까뮈긴섬으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대충 회사 일을 정리하고 출발하니 오후 늦은 시간이었습니다.

총 11명이 떠나는 여행이었는데 이번엔 제트스키까지 동원이 되다보니

어느 때 보다 기대가 컸습니다.

 

 

나를 포함한 일행이 먼저 산타페로 출발하고 두 아우와 직원들이

제트스키를 가지고 겔로퍼로 뒤 따라 오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한 참을 달리며 연락을 하던 중 두 아우는 겔로퍼에 타지 않고

제트스키를 몰고 바닷길을 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러잖아도 출발 직전 이 문제로 옥신각신했었는데

결국은 나를 먼저 보내 놓고는 제트스키로 까뮈긴 섬으로 들어가는

발링완 항구까지 가기로 결정한 것이었습니다.

그 때 시간이 이미 오후 다섯시를 넘고 있었는데 말입니다.

 

결국 우리가 먼저 도착해 두 어시간을 기다리다 보니 다시 연락이 왔습니다.

밤바다를 달리던 제트스키가 그만 모래톱에 걸려 엔진이 멈춰 버렸다고 말입니다.

이들이 좌초된 지점으로 차를 돌려 가 봤더니 온 동네 사람들이 다 나와 있었습니다.

두 대중 한 대는 가동이 가능해 동네 사람들 앞에서 제트스키 타는 시범을 보이는 중이었습니다.

 

생전 처음 제트스키 타는 모습을 본 동네 사람들중 상당수는 물에 뛰어 들어

뒤에 타보고 만져보고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좌초된 제트스키는 동네 사람들이 꺼내 트레일러에 실어 근처에 잡은

호텔로 가져갔습니다.

덕분에 까뮈긴 섬은 가 보지도 못하고 엉뚱한 곳에서 1박을 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막내 아우는 제트스키를 타고 까뮈긴 섬으로 떠나고

우리는 배를 이용해 이날 오후 그 섬으로 갔습니다.

일찍 도착한 아우는 예약한 파라스 리조트에서 여장을 풀고 있었고

그 제트스키로 화이트 아일랜드를 왕복했는데 시동이 잘 안 걸려

안을 보니 엔진룸과 밧데리룸에 물이 가득차 있었습니다.

자칫했으면 바다 한 가운데서 제트스키가 멈출 뻔 했던 겁니다.

 

일요일 오후 고장 난 두 개의 제트스키를 실어 나르는데-

두 번째 것은 마지막 배 시간에 맞춰 과속하다가 그만 트레일러 바퀴가

몽땅 빠져 버리는 바람에 대형 사고가 날 뻔 했습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빠진 바퀴가 굴러가 마주오던 트럭 앞 범퍼를 쳐

수리비용만 1만 페소(25만원 가량) 물어 주고 왔습니다.

 

파손 된 트레일러를 수리 하느라 막내 아우와 직원들은 까뮈긴섬에서

1박을 더 했고 말입니다.

아우들의 무식하거나 용감한 행동 덕???에 이번 여행에서는

겪지 않아도 될 경험을 많이 했습니다.

 

모험도 좋고 실험도 좋지만 안전이 최고라는 거 이번에 다시 한번 실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