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일취월장(日就月將) 하는 헬퍼 ‘아바’
고향사람
2012. 4. 14. 15:58
하나를 알려주면 셋을 알고-
앉아서 백리를 보고, 서서 천리를 본다.
무슨 무협지에 나오는 가공할 인물이 아니랍니다.
마닐라 우리 집 헬퍼 ‘아바’의 이야기입니다.
민다나오 외사촌 아우집에서 헬퍼를 하던 아바인데
마눌이 착한 헬퍼 한명 구해 달라고 해서 이 녀석을 빼내
마닐라 집으로 보냈습니다.
워낙 촌에서 나고 자라 도시생활을 어찌할까 싶어 걱정했는데-
하나를 가르쳐주면 둘을 알 만큼 현명하고 부지런해
마눌도 반해 버렸습니다.
지금은 필리핀 방학시즌을 맞아 아들과 함께 한국에 나가 있는
마눌을 대신해 내가 집 관리차 마닐라에 머무는 중입니다.
그런데 가만 보니 음식 솜씨가 여간이 아닙니다.
때마다 이것저것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내 놓는데-
음식마다 한국맛이 제법 납니다.
오늘 점심도 열무김치를 만들어 내 놨는데-
계란 반쪽이 올라 앉아 있는 것은 물론 참깨까지 숭숭 뿌려져 있었습니다.
열무 국물이 감칠맛을 더하는 게-
마지막 국물까지 다 마시면서 ‘그래 이 맛이야’ 소리를 연발했으니 말입니다.
우리 나이로 이제 스물한살인 헬퍼지만
음식 솜씨는 40-50대 한국 주부 못지않게 일취월장(日就月將) 중이니
볼수록 이뻐 죽겠습니다.
-내가 다른 복은 몰라도 여자 복??은 확실히 있나 봅니다.
마눌 빼 놓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