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께 꽃신을 사 드리며-
필리핀에 모시고 온지 세 달째가 된 울 엄니.
이젠 지루할 만한 타국 생활인데도 불구, 불편한 내색을 전혀 하지 않습니다.
자식들이 걱정할까봐 그런다는 걸 잘 알지만 너무 잘 적응하시는 엄니를 보면
마음이 알짝지근 해 집니다.
아버님이라도 옆에 계시면 어딘들 불편할까 하는 생각이 앞서기 때문입니다.
고향 시골집에 계시면 경로당이라도 나가시고
봄기운 따라 쑥에 냉이라도 캘양으로 밭둑 논둑길을 걸으실 엄니인데-
언어도 문화도 생활도 다른 필리핀서 사시려니 좀 답답하시겠습니까.
그런 엄니를 위로한답시고 바닷가도 모시고 나가고 쇼핑센터도 함께 가보지만
다들 젊은이 취향이지 싶어집니다.
엄니 핑계대고 내가 즐기는 꼴이 되는 것 같아섭니다.
그래도 갈 곳이 한정돼있는 조그만 시(까가얀데오로)이기에 억지로라도 함께 나갑니다.
어저께는 집근처에 있는 쇼핑몰에 가서 이것저것 둘러 봤습니다.
마침 예쁜 꽃신이 보이길래 엄니께 신어 보라고 했더니
처녀 때 생각이 난다고 말씀 하십니다.
헝겊으로 만들어 졌는지 무척이나 가볍습니다.
싫다는 엄니를 마다코 가장 이쁘고 편한 걸로 두 켤레 샀습니다.
꽃무늬 가 있는 것과 무난한 것으로 말입니다.
남사스럽지 않느냐는 엄니 질문에 요즘 유행이래니 아무 말씀 안하십니다.
아가씨 때 사진을 보면 참 곱게도 생기셨던 울 엄니-
팔순이 되셨지만 여전히 고우십니다.
아들 눈에는 그렇게 보입니다.
돌아오는 길에 오늘 산 신발이 다 헤어질 때까지만 살았으면 좋겠다는
엄니 말씀이 가슴을 아프게 합니다.
울 엄니 더 오래 사시게 하려면 내일 다시 가서 신 몇 켤레 더 사와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야 이것저것 교대로 신어 상하지 않게 해야 할 것 같아섭니다.
이번 달 말이면 다시 한국으로 들어 가실 엄니인지라
마음이 더 조급해 집니다.
뭔가 하나라도 더 좋은 추억을 만들어 드리고 싶어섭니다.
꽃신 신은 발 처럼
마음도 꽃신 만큼 밝아 지시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