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전기회사 정말 무섭습니다
전기도 물도 없이 지냈습니다.
필리핀에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는 3월초인데 말입니다.
전기 요금 이틀 연체한 죄로 말입니다.
며칠 전 헬퍼가 용지 한 장을 보여주며 뭐라고 말한 것 같은데-
나중에 살펴보지 하고는 깜박했는데 그게 전기요금 고시서였었나 봅니다.
이날 이후 헬퍼는 휴가 보내고 엄니와 아우, 그리고 나 셋이서 밥해먹고 있던 차
오전부터 전기불이 들어오지 않는 겁니다.
근처에 공사하는 곳이 많아 또 그 탓이려니 하고 저녁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는데
저녁에 보니 다른 집은 전기불이 환한데 우리 집만 불이 안들어 오는 겁니다.
차단기를 확인해 보고 퓨즈를 확인해 봐도 이상이 없었습니다.
뭔 일인가 싶어 살피던 중 혹시나 싶어 전봇대에서 우리 집으로 들어오는
인입선을 살펴보니 중간에 끊어진 것이 보였습니다.
양쪽에 빨간 테이프를 감아 놓은 모습이 일부러 끊은 게 확실했습니다.
짐작 가는 게 있어 헬퍼가 보여주던 종이를 확인해 보니 날짜가 지난 것이 보였습니다.
바로 이틀 전입니다.
그러니까 이틀 체납했다고 전기를 끊어 버린 겁니다.
그것도 무식하게 전선을 절단해 버린- 은근히 성질이 났습니다.
그들이 어찌 통보를 했는지는 모르지만 집에 엄니가 계셨었는데
낯선 이의 방문이 없었다는 겁니다. 일방적으로 끊어 버린 겁니다.
문제는 그날이 금요일이어서 밀린 요금을 제대로 낼 수 조차 없었고
이미 해는 저서 관리사무실도 문을 닫은 뒤였습니다.
가드에게 전화번호를 물어 위치를 확인하고 이튿날 오전에만 문을 연다는
소릴 듣고 나서야 좀 안심이 됐습니다.
촛불로 밤을 보내고 이튿날 돈을 내고 나서야 다시 전선을 이을 수 있었습니다.
필리핀 생활 속 깊은 곳 까지는 아직도 모르는게 많아 자주 당하고 살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건 아니지 싶어집니다.
이틀 체납에 전선을 자르고 가는 건 말입니다.
앞으론 정말 더 독한 마음으로 살아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