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카메라 때문에 웃는다고???
결혼 10주년에-
또 연애 때부터 뻥쳐왔던 유럽 여행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외사촌아우가 비행기를 탓습니다.
유럽쪽 소매치기 솜씨가 현란하다는 소리는 어디서 들었는지-
철사가 촘촘히 박혀있는 숄더백부터 구해왔습니다.
면도칼로 찢어도 지갑이 안전한 것이라면서 말입니다.
이 속에 내 친아우한테 빌린 요즘 유행중인 ‘미러리스’ 콤펙트 카메라와
아이패드를 넣고는 툭툭치더니 안정빵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보입니다.
-그러냐. 암튼 잘 간수하며 다녀라. 물건 말고 네 마누라.
공항으로 나가는 아우에게 신신당부했습니다.
마누라 잃어버렸다며 새 장가 가는 꼴 보기 싫어서 그랬습니다.
첫 여행국인 독일에 잘 도착했다는 문자를 받고 난지 며칠만에
벌써 이탈리아에 있다며 전화가 왔습니다.
그런데 통화를 하던 친아우가 손뼉을 치고 박장대소하며 기뻐합니다.
전화를 끊고서도 한 참을 더 웃던 아우가 한 말이 또한 가관이었습니다.
외사촌아우가 이탈리아 거리서 소매치기를 당했는데
염려했던 지갑이 아니라 카메라였다는 겁니다.
그런데 더 이상한 것은 외사촌아우가 빌려간 카메라가 친아우것이었습니다.
자기 카메라를 잃어 버렸다는데 저렇게 기뻐할 수가-
도시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우애가 좋아서 그러나 하는 차에
얼마 전 카메라를 사온 내력을 알고부터 그 이유가 떠 올랐습니다.
지난 설 때 친아우가 휴가차 한국에 나갔다 들어오면서
공항 면세점서 카메라를 사왔습니다.
우리 앞에 렌지 셑트까지 펼쳐놓고 자랑하던 친아우에게
사촌아우가 일침을 가했습니다.
-그거 최신형 아냐. 그 제품이후 4가지가 더 나왔는데. 가격도 신형보다 더 비싼데
누가 그걸사니. 형 같은 사람아니고서야.
이 소리를 듣자마자 인터넷을 통해 사실을 확인한 친아우.
실망이 대단했습니다. 오죽하면 똑딱이 카메라를 사용하면 했지
새 카메라는 책상 구석에 박아 놓고는 거들떠 보지도 않는 겁니다.
보면 볼수록 화가 난다면서 말입니다.
그런 카메라를 외사촌 아우가 유럽 여행동안 빌려 간 겁니다.
그리고 소매치기 당해 잃어 버렸으니
친아우는 울고 싶던 차에 뺨 맞은 격이 됐습니다.
잘못샀다 싶었던 카메라가 제대로 처분? 됐으니 그렇게 기뻐했던 겁니다.
-형 너무 좋아하지마 내가 똑 같은 걸로 사다줄껴.
이 한마디에 목소리 커진 친아우. 너 그 카메라 다시 사오면 죽여 버릴껴.
암튼 다음주말에 돌아 올 외사촌 아우. 카메라 잘못 사왔다가는 목숨 잃게 생겼습니다.
중간에서 이 편도 저 편도 들지 못하고 있는 나.
이참에 나도 떡고물이라도 떨어지는 쪽 편을 들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