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물이 아녀- 그건 모기장이랑께
2월이 다가오면서 서서히 더워지기 시작하니까 모기도 극성입니다.
필리핀 모기중에는 ‘댕기모기’가 있는데 이 놈 한테 물렸다가 댕기열
(Dengue Haemorrhagic Fever: 말라리아) 에 걸리면
생사의 갈림길에서 헤매게 될 정도로 고통이 말이 아닙니다.
남자들의 경우 고추?가 오그라들 정도의 반죽음을 경험케 된다고 합니다.
피노이들도 이 모기 때문에 한 해 수십 혹은 수백명이 목숨을 잃기도 합니다.
객지도 아닌 타국에서 모기에 물려 죽었다는 소리 듣기도 싫고
당장 물린 자욱이 간지러운 것도 참기 싫어 아우가 가져온 모기장을 치기로 했습니다.
침대 네 귀퉁이에 맞춰 벽에 못을 치고 끈을 이어 모기장을 설치했습니다.
들랑거리기 불편하고 좀 답답한 거 빼놓고는 다 괜찮았습니다.
우선 방문을 열어 놓고 자도 모기가 무섭지 않은 게 진작 설치 할 껄 하는 후회가 될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애써 설치해 놓은 모기장인데-
퇴근해 돌아 와 보니 덩그마니 침대만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품질 좋은 한국산 모기장이라고 하지만 달랑 이것만 훔쳐갈리 없고-
그래서 헬퍼를 불렀습니다.
여기 쳐 놓았던 ‘머스키토 넷’을 어쨌냐고 다그쳤습니다.
그랬더니 옷장 위 비닐 백을 내려 내 앞에 펼쳐 보이는 겁니다.
이 날밤 다시 재공사?를 벌려 모기장을 치고 이튿날 출근했는데-
이 날 돌아와 보니 모기장이 또 안 보이는 겁니다.
혹시나 싶어 옷장 위를 보았더니 역시 곱게 접혀 있었습니다.
이번엔 은근히 부아가 나 큰소리로 헬퍼를 불렀습니다.
왜 자꾸 이걸 치우니-
그러자 헬퍼가 고개를 갸우뚱 거립니다. 뭔 말이 하고 싶을 때 하는 습관입니다.
그래서 물었습니다.
왜 뭐가 이상한데-
그러자 울 헬퍼 하는 말-
이거 ‘피쉬 넷’이 아니냐는 겁니다.
다시말하면 물고기 잡는 그물 아니냐는 이야깁니다.
모기장이 펄렁이지 말라고 하단부에 납으로 된 추가 달려 있고
촘촘한 구멍이 뚫려 있는 게 그물이라고 생각할 수는 있겠지만 그래도 그렇지-
아무렴 미치지 않고서야 제 주인이 고기망 속에 들어가 잠을 자겠냐 말입니다.
필리핀서도 가장 남쪽 섬인 민다나오 거기서도 산속에서만 살다 온
헬퍼라선지 아직 세상 돌아가는 게 낯설기만 한가 봅니다.
모기장도 처음 봤다니 말입니다.
이런 헬퍼 앞에서 설교를 해 봤자 내 입만 아플터라 꾹 참고 있는데
나중에 한국서 질 좋은 모기장 하나 사와 선물하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일것 같습니다.
댕기 모기가 싫어하겠지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