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쿠-’는 일본 말입니다
내 좋은 습관 중 하나는 저녁식사 후 꼭 산책을 하는 것입니다.
비가 내리는 날에는 런닝머신 위에서라도 걷기를 할 정도로 산책을 좋아 합니다.
그런데 어젯밤에는 그게 아니었습니다.
퇴근이 늦어 저녁을 8시가 다 돼서야 먹게 됐습니다.
식사 후 시계를 보니 산책하기에는 좀 늦은 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빌리지 한 바퀴만 돌자는 마음으로 슬리퍼를 신고 집을 나섰습니다.
그런데 2백 미터쯤 걸었을까.
전에 못 보던 커다란 개를 끌고 산책을 즐기는 팀을 만나게 됐습니다.
송아지만한 개와 치와와 같은 작은 개가 같이 걷는 모습이 생경해 한 눈을 팔다
그만 타이어를 갈라 만든 자동차 과속 방지턱에 발이 걸려 넘어진 것입니다.
밤길이라 턱이 눈에 띄지도 않았고 개를 보느라 넋 놓고 걷다 낭패를 당한 겁니다.
얼마나 세게 넘어 졌는지 순간- 이거 중상이다 싶어 졌습니다.
앞 바퀴 고장난 비행기가 동체 착륙하듯-
오른쪽 어깨가 땅에 닿으면서 굴렀는데 상황이 처참했습니다.
정말 ‘개’ 앞에서 ‘개망신’을 당한 셈입니다.
너무 충격이 커 숨도 쉬기가 힘든 것은 물론 일어나기도 힘들어 개처럼 기다 시피했스니다.
그런 와중에 퍼뜩 떠 오른 게 -한국인의 자존심을 놓치지 말자는 것이었습니다.
‘와타시노 오케이- 스미마셍 사요나라’
순간 내 밷은 말도 안되는 일본말, 하지만 지나가던 헬퍼들은 나를 일본인으로 알았을 겁니다.
쩔뚝거리면서 도망치듯 집으로 오면서도 순간반응에 내가 놀랐습니다.
그 위기에서도 일본인 흉내를 낸 거 말입니다.
까진 무릎에서 피가 줄줄 새 나오고 팔꿈치 어깨 안 다친 곳 없이 엉망인
내 모습에 아우들이 깜짝 놀라 그 밤에 약을 사오고 난리법석을 떨었지만
그래도 속으로 안심이었던 것은 피노이 앞에서 자존심을 놓지 않았다는 겁니다.
근디 -
자꾸 한 켠으로 찜찜 한 것은 내가 넘어 지는 순간
나도 모르게 ‘어이쿠-’ 했던 것 같다는 겁니다.
본능적으로 나오는 이 소리까지야 어찌 할 수 있겠습니까만 이게 영 꺼림직합니다.
그치만 헬퍼들은 내가 내 지른 ‘어이쿠-’소리도 일본 말인 줄 알겁니다.
그래서 말인데요.
앞으로 당분간만 ‘어이쿠-’는 일본말이라고-
님들도 그렇게 소문 좀 내 줬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