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은 줄고 빈 집은 늘고-
필리핀에서 살다 보니 한국 고향집에는 1년에 한 두 차례 다녀 오는 게 고작입니다.
올해는 3월에 이어 9월 추석 명절에도 고향집을 찾았으니 그나마 많이? 다녀온 셈입니다. 그런데 어느 때 부터인가. 고향에 갈 때는 반가움 못지않게 두려움이 밀려온다는 겁니다. 낯익은 어르신들 모습이 자꾸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지난 3월에 고향에 갔을 때에는 얼마 전 돌아가신 당숙의 묘소를 참배했었는데, 이번에는 같은 동네 첫 집에서 홀로 살던 아주머니 한 분이 갑자기 돌아 가셨다는 소릴 들었습니다. 이미 장례를 치른 후에라 유가족 조차 찾아 볼 수 없었습니다. 동네 사랑방 역할을 했던 그 아주머니 댁은 이제 빈집이 돼 버렸습니다.
우리 어머니도, 그리고 90이 가까운 큰댁 백모와 팔순을 넘긴 숙모도 다 외기러기로 사시는 분들입니다. 언제 돌아가실지 모르는 상황이지만 고향집을 지키겠다며 아픈 몸을 이끌고 홀로 지내시는 분들입니다. 막말로 갑자기 돌아 가시기라도 하면 생사를 확인 할 수 조차도 없는 상황인데도 말입니다.
매일 안부 전화를 드려도 이웃 마실에 혹은 텃밭에 나가 계시는 바람에 통화가 쉽지도 않습니다. 또 일찍 주무시고 일찍 일어 나시는 까닭에 자식들과의 생활 패턴도 달라 통화 시간대가 늘 어긋나는 것도 문제아닌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 때문에 동네 어르신이 돌아 가셨다는 소리가 들리면 정말 남의 일 같지가 않습니다. 가슴이 덜컥하는 게 숨이 막혀 옵니다.
몇 개월 만에 고향땅을 밟을 때마다 어르신은 줄어들고 빈집은 자꾸 늘어 나는 게 자꾸만 신경이 쓰여 집니다. ‘어버이 살아실제 섬기기를 다하여도 지나간 후면 애닯다 어이하리. 평생에 고쳐 못할 일은 이뿐인가 하노라’는 시조 가사가 요즘은 자주 읊조려 집니다. 동네 어르신 얼굴이 자꾸 사라지고 빈집이 늘어 날 때마다 말입니다.
필리핀 사업장으로 다시 돌아 와 고향집에 전화를 드리면서도 늘 마음이 편치 않은 것은 옆에서 어머니를 보필하지 못하는 불효 때문일 겁니다. 객지 혹은 외국에서 생활하는 모든 분들-. 그 분들의 어버이께서 늘 강건하시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