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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에 ‘썬블럭’ 바른 소문이 나지 않기를-

고향사람 2011. 8. 12. 14:55

‘자다가 봉창 두드리고’ 혹은 ‘남의 다리 긁는다’는 소리는 가끔 들어 봤습니다.

엉뚱한 짓하는 이들을 일컬을 때 자주 쓰는 말입니다.

하지만 자다가 ‘썬블럭’(자외선 차단제)을 바른다는 소리는 평생 들어 보기 힘든 말일겁니다.

대낮도 아닌 한 밤중에 자외선 차단제를 바른다는 게 말도 않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남의 이야기도 아닌 내가 그만 자다가 썬블럭을 잔뜩 바르고 말았습니다.

그것도 서너번씩이나 되풀이해서 말입니다.

그 이유가 암만 생각해도 가관입니다.

 

며칠 전 민다나오에 있는 부투안이라는 도시로 출장을 갔습니다.

까가얀데오로 시티에서 4시간 거리에 있는 작은 도시입니다.

일을 보다보니 예상보다 늦어져 그곳에서 1박을 하게 됐습니다.

허름한 호텔이었는데- 하룻밤 유하기에는 별 지장이 없어 보였습니다.

 

헌데 문제는 소등을 하고 자리에 눕고 나서부터 발생했습니다.

갑자기 모기의 공습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몸이 피곤해 웬만하면 헌혈하는 셈 치고

인내하려 했지만 서너마리가 계속 달려드니 참을 재간이 없었습니다.

 

마침 가방속에 넣어 두었던 바르는 모기약이 떠올랐습니다.

어둠속에서 대충 꺼내 팔다리에서부터 얼굴까지 잔뜩 발랐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모기가 계속달려 드는 겁니다. 약 용량이 부족한가 싶어

다시 꺼내 바르기를 서너차례나 했습니다.

그러다가 제풀에 지쳐 잠이 든 것 같은데-

 

새벽에 일어나 보니 팔다리 피부가 성한 곳이 없었습니다.

모기약을 그렇게 많이 발랐는데 이런 꼴이라니 싶어 급히 약을 찾아 봤습니다.

그런데 눈에 띄는 것은 ‘썬블럭’ 뿐이었습니다. 밤새 바른 게 바로 저거?

순간 실소가 났습니다. 모기한테 개망신 당했다 싶기도 했고 말입니다.

 

모기가 그랬을거 아닙니까.

‘저 인간 자다 말고 왜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고 난리여-’ 하며 비웃었을 테니까 말입니다.

모기도 황당해할 이번 사건 때문에 다른 곳에서는 말도 못 꺼내고 있습니다.

그래도 다행인건 밤새 썬블럭을 잔뜩 발라 놨더니 창으로 스며든 별빛 달빛에는

피부가 그을리지 않았다는 겁니다^^

어쨌거나 자외선 차단제 효과는 본 셈입니다.

 

지금 내 심정요?

자다가 썬블럭 바른 사실이 모기떼에 소문이 나지 않기를 빌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