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사비 김으로 바꿨더니-
필리핀집서 함께 사는 피노이 헬퍼와 기사.
어느 날부터 즈그덜 음식보다 한국 것을 더 좋아합니다.
김치찌개는 물론 라면도 잘 먹습니다.
특히 처음 보는 김은 먹거리로 생각지도 않더니 나중에는 배시시 웃으며
그거 하나 달라고 손가락질을 해 댑니다.
처음에는 그게 신기해서 ‘이리 퍼주고 저리 삶아 주고’ 그랬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라면 개수가 줄어 들더니
김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누가 고기맛을 알면 절간에 빈대가 남아나질 않는다’고 했던가-
우리 집이 꼭 그 꼴이 돼가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다고 라면 개수를 일일이 박스에 적어 놓고 먹을 수도 없고
김을 안방에 숨겨 놓기도 그렇고-
그러던차 지난 번 한국에 나갔을 때 생소한 김을 발견하게 됐습니다.
이름하여-와사비김(고추냉이-겨자)
별난 김도 다 있다 싶어 시식코너에서 먹어 봤는데-
금세 눈물 콧물에 헛기침까지 나올 만큼 매콤한 것이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순간 입가에 묘한 웃음이 배어 나왔습니다.
-그려 이거여
필리핀에 들어 올 때 이 김을 큰 박스로 가져왔습니다.
그리고 식사 때 아들놈과 마눌한테 주니 처음에는 맵다고 하더니
금세 친숙해 합니다. 매운 맛에 강한 한민족 답게 말입니다^^
김 박스를 풀어 놓을 때부터 눈독?을 들이던 우리집 피노이 식구들.
그들에게 와사비 김맛을 보여 줬습니다.
받자 마자 기분 좋은 표정을 짓던 피노이들.
잠시 뒤 그만 울상을 짓고 있습니다. 삼키지도 못하고 밷지도 못하고-
-갑자기 왜덜 울어. 감격들 헌겨. 한통씩 더 줄까.
그러자 모두 손사래질을 해가며 돌아서 나갑니다.
매운 것 잘 못먹는 피노이들이라 체감이 훨씬 컷을 겁니다.
이날 이 후.
부엌 곳곳에 포장김이 뒹굴어 다녀도 절대 없어지질 않는 답니다.
와사비김-고것참 마음에 쏙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