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이야기

필리핀 ‘러브모텔’에 들어가 봤더니-

고향사람 2011. 2. 16. 14:22

공교롭게도, 아니 운 좋게도 이번에 새로 짓는 사무실 근처에는 러브모텔이 세 곳이나 위치해 있습니다.

이중 퀸스랜드(Queens land)가 규모나 시설면에서 최고랍니다.

 

 

처음 이곳에 와 건물 외형을 봤을 땐 호텔 뺨치는 숙소거니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함께 일하는 아우에게 물었습니다.

시내에 내려와 잘 때 굳이 멀리 떨어져 있는 호텔을 이용할게 아니라 저 모텔에서 자자고 말입니다.

 

그런데 아우가 이상한 눈초리로 나를 쳐다보면서 말합니다.

‘형 알고 묻는 겨 아니면 정말 몰라서 묻는겨’

 

아우의 대답은 저곳이 러브모텔이라는 겁니다.

그러고 보니까 대낮부터 괜찮은 차들이 자주 들락거리는 게 좀 이상타 싶었던 생각이났습니다.

-그려. 저게 필리핀 판 러브모텔이라 그거지-

 

 

이날부터 틈나면 러브모텔을 쳐다보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어떻게 하면 저곳에 들어 갈 기회가 생길까 하면서 말입니다.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궁금한 거 못 참아 남들보다 일찍 세상에 나왔던 터라

나이들어서도 그 버릇이 여전한터,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우가 없는 이른 저녁에 러브모텔을 찾았습니다.

영 어색해 하는 기사녀석을 데리고 말입니다. 차를 타고 모텔입구로 들어가자 모텔보이들이 달려옵니다.

그리고는 손짓으로 차를 안내해 차고 안으로 인도합니다. 차가 주차를 마치자 바로 셔터가 내려지면서 차의 흔적을 지워버립니다.

 

외부 간판에 택시 룸(taxi room)이라고 써져 있는 문귀의 뜻이 이해되는 순간이었습니다. 타고 간 차도 방?이 준비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모텔보이가 방으로 안내를 합니다.

분명 남자끼리 왔는데도 전혀 이상한 표정으로 보지도 않습니다.

 

이 나라는 바욧(게이)이 많기 때문이랍니다.

아마 보이 눈에도 나와 기사의 관계가 심상치 않은 사이로 보였을 겁니다.

좀 뚱뚱하다 싶은 기사와 슬림한 내 체격으로 볼 때 아마 궁합이 잘 맞지-

하고 생각했을 수도 있었을 테니까 말입니다^^

 

 

방안에 들어서자 얼마나 머물거냐고 묻습니다.

1시간 반짜리(185페소) 세시간짜리(230페소) 그리고 오버나잍(495페소) 세 종류가 있었습니다.

나야 구경삼아 들린 거니까 오래 있을 이유가 없었습니다.

한시간 반짜리로 선택을 했습니다. 돈은 나갈 때 내면 된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모텔보이는 친절하게도 티브까지 켜 줍니다.

아니 분위기에 맞는 채널을 찾아 줍니다.

화면에서는 덩치 큰 흑인남자가 씩씩 거리는 모습이 클로즈업 돼 나오고 있었습니다.

 

궁금하던 차에 욕실과 냉장고까지 다 살펴봤습니다.

 

한국의 여느 러브모텔과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시설도 생각보다 좋고 샤워꼭지에서는 따신?물도 나왔습니다.

그런데 한국 모텔과 다른 점은 샴푸를 비롯 화장품이나 빗 등의

편의 시설이 전혀 갖춰져 있지 않다는 겁니다.

 

서랍장에 있음직한 cd나 1회용 커피등도 비치돼 있지 않고 달랑 타월 두 장에 비누만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더 이상한 것은 러브모텔에 이불이나 담요가 없다는 겁니다.

사랑을 나누는 장소에 덮을 것이 없다니-. 참 묘한 발상입니다.

나같이 상상하기 좋아하는 이들은 별별 생각이 다 나게 합니다.

 

 

이왕 들어 온 거 돈 아까우니 샤워라도 하자고 운전기사를 꼬셨더니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어 댑니다.

독실한 크리스찬이라나요. 짜식 누굴 바욧으로 알고 있나. 건드릴 생각 전혀 없으니 염려말거라^^.

 

 

덕분에 혼자서 타월 두 개를 다 사용하고 질 떨어지는 비누도 기념으로 들고 나왔습니다. 값싸고 시설 괜찮고-

이런 러브모텔에 기사를 데리고 오다니- 왠지 아쉬움이 컸습니다.

다음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