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이야기

‘똑나우 똑나우 똑나우’

고향사람 2011. 2. 13. 15:51

똑나우-

이게 무슨 뜻일까요?

 

나라마다 사는 방식이 다르고 언어가 다르다지만

개중에는 참 요상타^^ 싶은 단어들이 종종 있습니다.

‘똑나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똑나우(Tugnaw)는 필리핀 민다나오와 시부지방에서 사용하는 시부아노로

‘춥다’는 뜻입니다.

요즘이 똑나우라는 말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철입니다.

12월에서 2월 초까지는 새벽 기온이 서늘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집에서 함께 사는 헬퍼와 빌리저들은 새벽마다 이 소리를 달고 삽니다.

밤새 비라도 내린 새벽에 새파랗게 질린 입술로 ‘똑나우 똑나우’ 해대면

나는 이상하게도 ‘한기’가 느껴지는 게 아니라 ‘변기’?가 생각나 화장실을 찾게 됩니다.

똑나우 똑나우!!!

똥나와 똥나와!!!

발음이 꼭 우리나라 화장실 가야 할 때 나오는 말과 비슷해서 말입니다^^

 

이 지역 사람들 발음이 좀 강한 편이라 더 실감?이 납니다.

1년 내내 매일매일이 삼복더위 같은 나라지만 그래도 두어 달은

춥다(똑나우) 소리를 달고 살 수 있으니-이것도 감지덕지한 일이라서

난 절대로 똑나우 소리는 하지 않습니다.

-사실 이 소리 자꾸하다 보면 아랫배가 살살 땡기는 게 영 불편해서-

 

산간 지방인 발렌시아 쪽은 오늘 아침 기온이

오리털 패딩 생각이 날 만큼 추웠습니다.

아닌게 아니라 새벽에 일어나는 아떼 헬퍼들이 똑나우 소리로 인사를 대신합니다.

이 소리를 들으며 뿌꾸뿌꾸(똥) 누러 화장실을 찾는 나도

소매 긴 추리닝을 입고 있었으니-

이제부터는 똑나우 소리가 자연스럽게 나올 것 같습니다.

 

-아무튼 똑나우 뿌꾸뿌꾸-참 재밋지 않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