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이야기

그걸 한 입에 덥썩 - 실컷 울어라 울어

고향사람 2011. 1. 11. 10:32

우리 집에는 바바이(여자) 헬퍼가 두 명있습니다.

모두 민다나오 출신이자 현재 대학교에 다니는 약간 어설픈 헬퍼들입니다.

한국식으로 표현한다면 고학생인 셈입니다.

 

착하고 부지런한 것 까지는 좋은데 아직 경험이 부족해서

일을 처리하는 것 보다, 일을 저질러 놓을 때가 더 많지만 고학생들이라

눈감아 주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이런 어설픈 헬퍼들과 어제는 시내에 나가 쇼핑을 했습니다.

그리고 때가 돼서 점심을 먹으러 갔습니다.

평소 자주 가던 일식집이었습니다.

이곳에서 뎀뿌라 우동을 비롯 소바(초밥) 사시미 등을 시키고

김초밥과 오무라이스도 시켰습니다.

 

모처럼 외출한 우리 헬퍼들을 위해서 더 많이 시켰습니다.

그런데 이날 역시 헬퍼들은 어김없이 일을 저질렀습니다.

음식과 함께 나온 와사비(겨자)를 한 헬퍼가 수저로 떠 입에 넣어 버린 것입니다.

이 음식점은 와사비 인심이 좋아 언제든지 메추리알 만한 겨자를 내 놓는데

이걸 덥썩 집어 입에 넣어 버린 겁니다. 너무 빨라 말릴 틈도 없었습니다.

 

헬퍼 얼굴을 보는 순간-

갑자기 눈이 놀란 토끼마냥 커지고 입은 헤 벌려 지는 가 싶더니

얼굴색은 홍당무가 돼 버렸습니다. 또 눈물이 주루루 흘러 내리기가 무섭게

재치기까지 해 대는데-

 

정말 가관이었습니다. 다른 손님들 때문에 이 헬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결국 빈 접시에 와사비를 밷어 내고 물로 입가심을 하고 나서야

대충 사건이 수습이 됐지만 옆에 있는 나까지 그만 겨자를 먹은 느낌이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차 안에서 물었습니다.

대체 왜 그랬느냐고 말입니다.

그랬더니 파란색 와사비 뭉치가 아보카드 열매 속 인줄 알았다는 겁니다.

아보카드는 음식물에 넣어 비벼 먹거나 빵에도 찍어 먹는 열대과일중 하나입니다.

 

가만 생각해 보니 그럴수도 있겠다 싶기도 했습니다.

생전 처음 일식집에 가 본 어설픈 헬퍼가 그게 와사비인지 어찌 알 수있겠습니까.

그래도 그렇지 어찌 물어보지도 않고 그걸 덥썩 입에 넣어-

 

이날 눈물 콧물 잔뜩 뺀 우리 집 헬퍼,

오늘 아침에는 파란색 나물도 살펴가며 먹느라고 식사 시간이 두 배로 늘었답니다.

이래저래 어설픈 우리 헬퍼 때문에 요즘 웃고 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