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페소의 자비^^
필리핀은 지금 크리스마스 시즌이 정점을 이루고 있습니다.
가가호호 트리에 점등을 하고 거리에는 크리스마스 캐럴이 넘쳐납니다.
어디 이뿐만이겠습니까.
해만지면 어디서 나타나는지 아이들에서 청년들에 이르기까지
집집마다 찾아다니면서 대문 앞에서 캐럴송을 불러 댑니다.
한마디로 노래값을 챙기는 이들입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자 하룻저녁에 몇 팀이 찾아오는지 모릅니다.
그때마다 50페소 정도의 노래값?을 지불하고 있습니다.
대로변도 마찬가지입니다.
교차로나 신호등 앞에서 차가 멈춰서면 어디선가 꼬마들이 몰려나옵니다.
그리고는 차 앞에서 노래를 부르거나 즉석 댄스를 합니다.
불과 몇 십초에 지나지 않지만 영락없이 손을 내밉니다.
춤 값 노랫값을 달라는 제스처입니다.
운전자가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있어도 소용없습니다.
무조건 몇 푼을 주거나 아니면 빨리 신호가 바뀌기를 기도해야 합니다.
요즘 필리핀 전역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라서 피할 길도 없습니다.
이런 와중에 어젯밤 우리 패밀리 중 인심 좋기로 유명한 창호가
근처 깐띤(구멍가게)으로 간식을 사러 나갔다가
스트리트 보이(구걸인)들을 만났나 봅니다.
손 내미는 이들을 보고 그냥 올수가 없어서 1인당 5페소씩을 건넸답니다.
주변에 있던 다른 아이들까지 몰려들어 총 8명에게 적선을 했다는 겁니다.
마음속으로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생각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필리핀에 온지 3주도 안된 녀석이 어디서 그런 마음이 생겼는지-
기특해서 한마디 했습니다.
‘내일 아침부터는 나한테도 10페소씩만 적선해라’
피식 웃고 지나가는 녀석을 보면서
오늘 밤이 또 기대됩니다.
오늘밤에도 걸인들 만나면 또 제 용돈 털어 5페소씩 나눠줄까 싶어섭니다.
선은 베풀수록 쌓인다는데-
녀석의 선행이 큰 복으로 되돌아 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