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이야기

앉은뱅이 콜라 마셔봤나요^^

고향사람 2010. 11. 16. 10:03

앉은뱅이 콜라-.

우리 집 아들놈은 꼭 그렇게 부릅니다.

필리핀 ‘깐띤’서 사다 먹는 콜라를 말입니다.

 


처음에는 그게 무슨 뜻인지 몰랐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녀석이 조심스럽게 들고 온 비닐 백 속에

검은 액체가 담겨 있었는데 한 모금 빨아 보라는 것이었습니다.

맛을 보니 콜라였습니다.

‘아부지 이게 바로 앉은뱅이 콜라에요’

 


들고 있던 비닐 백을 바닥에 놓는 ‘체’ 하자

제풀에 비닐 봉투가 주저 앉고 맙니다.

잡은 손을 놓았으면 영낙없이 내용물이 다 쏟아져 나왔을 겁니다.

 


깐띤에서 병 째 콜라를 사면 제 값을 다 줘야 하지만

이것을 비닐에 따로 담아 오면 병 값이 제외돼 가격이 몇 페소 내려간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다 마실 때까지 바닥에 내려놓을 수가 없다는 거-.


만약에 내려 놓으면 앉은뱅이 처럼 주저 앉아 콜라가 다 쏟아지는 까닭에

그 이름이 '앉은뱅이 콜라'가 돼 버린 것입니다.

 


근사한 디자인의 알루미늄 캔으로 돼 있는 한국 콜라를 마시다 보면

언뜻 앉은뱅이 콜라 생각이 납니다.

포장은 초라해도 인정이 넘치는 듯 해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