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수탉 한 마리 샀습니다
‘제발 그 수탉 좀 우리에게 파세요’
며칠 전부터 사정사정 하던 수탉을 드디어 샀습니다.
덩치가 거위만하고 새빨간 벼슬이 왕관보다 큼직한 이 닭을 보면
웬 만한 이들은 욕심이 발동됩니다.
-집에서 키워 보고 싶은-
하지만 내 욕심은 이것과는 전혀 무관합니다.
어떤 값을 치르더라도 꼭 사야 했던 이유가 좀 엉뚱했기 때문입니다.
꽃담을 사이로한 피노이 이웃이 있습니다.
마음씨 좋은 주인부부와 하숙생 몇이 모여 사는 그런 집입니다.
그 집에 이 처럼 멋진 수탉이 있었습니다.
처음 이 옆집으로 이사 왔을 때만 해도 그 수탉이 얼마나 멋있어 보였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면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새벽, 아니 밤마다 울어 대는 소리에 잠을 잘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밤 11시부터 울기 시작하면 새벽까지 10분 단위로 계속됩니다.
덕분에 참을 인(忍)자 세 개로는 턱도 없을 만큼의 인내가 필요했습니다.
저 달구새끼에게 튀김옷을 입히지 않는 한 소리공해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말했습니다-수탉 좀 팔 수 없겠느냐고 말입니다.
정중히 말했더니 정중하게 거절 합니다.
유정란을 먹기 위해서는 수탉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수탉이 너무 멋있어 그러니 다른 수탉을 사서 기르라며
한국 과자까지 갖다 주면서 부탁을 했습니다. 마지 못해 승낙했습니다.
일반 수탉 값 두 세배를 쳐 주는 조건으로 말입니다.
드디어 오늘 그 수탉이 우리 집으로 왔습니다.
옆 집 학생이 가져 온 것을 헬퍼들을 시켜 바로 잡아 버렸습니다.
튀김옷을 입혀 맛나게 먹는 것으로 지금까지 받은 스트레스를 풀 참입니다.
세상에- 밤 11시부터 울어 대는 게 어디 닭입니까. 밤 귀신이지-
암튼 오늘 밤 부터는 당분간이나마 깊은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며칠 뒤 옆집 아저씨가 더 철?없는 수탉을 사다 놓으면 어떡할 거냐는 물음에는
답이 없지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