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구- 귀여운 녀석들!!!
문지방 높은 집에 다리 긴 며느리 들어온다고 했던가-.
‘공짜’ 좋아하는 내 마음을 어찌 알았는지 우리 집에는
‘과일 서리’에 능숙한 빌리저가 둘이 나 들어 와 살림을 보태주고 있답니다.
내 사는 민다나오 ‘마운틴 뷰 칼리지’는 경내가 수십만평이 넘습니다.
이 안에는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넓은 사탕수수밭을 비롯
제법 높은 산도 포함돼 있습니다. 산속에는 큰 폭포가 두 개나 있습니다.
이렇게 넓은 곳에 살다보니 별별 과일나무도 다 보게 됩니다.
요즘은 마랑이 익는 철인데 산 속에는 이 나무들이 적지 않게 있습니다.
집 근처에도 마찬가지입니다.
근데 우리집에서 일하는 빌리저들이 틈만 나면 이 열매를 따와 나를 기쁘게 합니다.
커다란 나무에 작은 수박만한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데
요즘엔 이 과일이 제철이랍니다. 달콤하기가 연인과의 키스 맛 보다 훨씬 진한 까닭에
아직 첫 사랑을 모르는 이들도 참 맛나 합니다.
잘 익은 마랑은 맨손으로도 투박한 껍질을 잘 벗겨낼 수가 있습니다.
속에는 포도송이 처럼 주렁주렁 매달린 하얀 알맹이가 잔뜩 들어 있는데
이를 입에 넣고 오몰오몰 먹으면 됩니다. 속에는 땅콩만한 씨가 들어 있습니다.
겉껍질을 다 깐 마랑은 ‘캔디부케’와 흡사합니다. 신부가 들어도 손색없을 만큼입니다.
이 맛난 과일을 집 근처 나무에서 수시로 따와 주인을 즐겁게 해주니
내 입에서는 매일 같이 ‘아이구 이 귀여운 것들-’하는 소리가 줄을 잇습니다.
맛난 마랑이 귀여운 건지- 아님 그것을 따오는 녀석들이 귀여운 건지는
뭐라 말할 수 없지만 이것 하나만은 확실합니다.
문지방 높은 집에 다리 긴 며느리 들어오고.
공짜 좋아하는 내게는 ‘과일서리’ 잘 해 오는 빌리저들이 들어 왔다는-.
‘아그들아. 과일까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내가 여자 좋아한다고 동네 아가씨까지는
서리(보쌈)해 오지마라’
-요즘 이 말을 해 줘야 할지 말지 은근히 고심중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