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기사 ‘다니’ & ‘보봉’
아우와 함께 사는 민다나오 집에는 운전기사가 두 명이 있습니다.
한 사람은 덩치가 산 만한 ‘다니’고 다른 이는 몸이 호리호리한 ‘보봉’입니다.
두 사람 다 전생에서도 차를 몰아 본 것 처럼 운전에는 도가 텄습니다.
몇 년 동안 가벼운 접촉 사고 한 번 내지 않았으니 말입니다.
반면 두 사람의 삶을 비교해 보면 차이가 많이 납니다.
전직 택시기사 였던 ‘다니’는 덩치만큼이나 입심도 셉니다.
잠시도 입을 가만 두지 않습니다. 서글서글한 호남형에 달변까지 갖췄으니-
여자 꼬시는 데는 타고난 재주를 갖춘셈입니다.
그래서인지 다니는 알려진 부인만 3명이고 교제하는 여자가 두 명 더 있습니다.
자식은 친자식 의붓자식 합쳐 몇 명인지는 자기도 모른다고 합니다.
덕분에 매번 월급 두 달치 가불은 기본입니다.
이제 채용한지 1년이 안 되는 보봉은 생김새도 곱상한 게 점잖기가 꼭 선비스타일입니다.
가장적이면서도 솜씨도 좋아 운전뿐만 아니라 집안 일도 잘 도와줍니다.
마눌도 한 명으로 족?해 하고 자식도 지금 뱃속에 든 아이까지 합쳐야 겨우 셋입니다.
뱃속 자식이 나오면 바로 단산할 거라고 합니다.
술 담배도 전혀 하지 않고 도박이나 음담패설도 않하는 범생이어서
오히려 궁금한 것은 더 많습니다. 그래서 하루는 맘 먹고 물었습니다.
‘너 총각 때 연애한 경험없어. 여자와 잔 적이 한 번도 없냐구’
배시시 웃기만 합니다.
뭔가 있다 싶어서 다시 말했습니다.
‘교회 다니면서 거짓말 하면 거시기 못간다’
이 말이 먹혔는지 ‘딱 두 번 여자와 자 봤다는 겁니다. 결혼 전에 말입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아내한테는 절대 비밀이라고 검지를 입술에 대는 그 모습이
정말 순진하기까지 했습니다.
-짜슥. 내 입이 얼마나 싼지 모르는구나.
주색잡기 쪽은 다 꿰고 있는 ‘다니’에 비해 총각 때 여자하고 잔 것 까지
비밀로 해 달라는 ‘보봉’을 보면서 누구를 더 오래 데리고 있어야 겠다는 결심이 섭니다.
성실하고 착한 것이 꼭 나를 닮은 보봉-
지금도 내 옆에 끼고 산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