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똥물’ 인 줄 어찌 알았겄슈
아우와 함께 지내는 민다나오 집은 2층 구조로 돼 있습니다.
겉에서 보면 1층이지만 안에는 2층으로 돼 있기 때문입니다.
1층은 우리가 쓰고 2층은 헬퍼와 빌리저들이 사용합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내가 쓰는 화장실 천정에서 물이 새는 것이었습니다.
오래된 집도 아닌데 물이 새는 것이 좀 이상했지만
천성이 급할 것 없는 충청도 태생인지라 개의치 않고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위층 식구들이 늘어 5명이 되면서 화장실 사용 횟수도 늘자
물이 새 나오는 양도 점점 증가 됐습니다.
한번은 ‘큰 것’?을 해결하기 위해 변기에 앉아 있는데 위층 화장실에서
물 내리는 소리가 들리는 가 싶더니 내 머리위로 적잖은 양의 물이 쏟아져 내렸습니다.
그런데 그 물이 탁한 색?일 뿐만 아니라 냄새도 고약했습니다.
한마디로 ‘똥물’(오줌물)이었습니다.
‘이런 제길-. 그럼 그동안 내가 뒤집어 쓴 물이 다 똥물이었단 말여’
이거 누구한테 말할 수도 없고. 더불어 가만 생각해 보니 그동안
‘형 몸에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며 투덜거리던 아우 말도 빈말이 아닌 듯싶었습니다.
날마다 똥물을 뒤집어썼으니 냄새가 안 나면 오히려 그게 이상한 일 일테니 말입니다.
오늘 아침에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아우를 불러 말했습니다.
화장실 파이프 좀 고치라고 말입니다.
‘현장’을 공개하는 자리서 자초지종을 말했더니 아우가 배꼽을 쥐면서 웃었습니다.
-그럼 지금까지 똥물을 뒤집어쓰고 살았냐며 말입니다.
빌지저들도 자신들이 사용하는 위층 화장실 물을 내려가며
물이 새는 현장을 확인해 보면서 묘한 웃음을 흘립니다.
분명 즈그들 똥물을 뒤집어썼을 내 모습을 상상하는 것 같아 보였습니다.
그동안 ‘냄새’ 죽이느라 비싼 ‘향수’ 뿌려 댄 것도 말도 못하고 있습니다.
암튼 지금 내 화장실에서는 공사가 한창입니다.
천정을 뜯어내고, 새는 파이프 교체 작업 때문입니다.
아마 공사가 잘 끝나도 한 동안은 화장실 다녀오기가 민망할 것 같습니다.
녀석들이 자꾸 질문할 것 같아섭니다.
‘보스. 이젠 똥물 안 떨어 지나유’ 하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