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이야기

물벼락 맞고도 '땡-큐'해야 하는 이유는-

고향사람 2010. 6. 25. 09:25

재수없는 놈에게는 구정물을 뿌리고

부정한 이에게 소금을 뿌려대는 것이 우리나라 풍습입니다.

그런데 필리핀에 와서 살다보니 1년에 한 번씩은 난데없는 물벼락을 맞곤합니다.

이게 뭔 시츄에이션-


어디 나 뿐입니까.

모처럼 새 옷 곱게 차려입고 데이트 나가던 바바이(여자)도

유니폼 차림의 회사원과 교복 입은 학생들도 예외가 아닙니다.

핸드폰을 들고 있거나 마른 생선을 이고 가는 이도 물벼락을 피하지 못합니다.


매년 6월 24일은 필리핀 곳곳에서 벌어지는 황당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중 마닐라 근교에 위치한 산후안(san juan)은 물벼락을 내리는 본거지로

이곳에는 아예 물대포까지 설치돼 있어 행인들은 작정하고 몰려들기까지 합니다.


특히 외국인은 물벼락의 집중 공격을 피할 수 없습니다.

야시시한 옷을 입고 가다 물벼락을 맞은 외국인 모습은 가관입니다.

물에 젖은 컬러빛 속옷까지 여실히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24일 오후 집으로 돌아 오는 길에 나 역시 물벼락을 맞았습니다.

골목길을 들어서는데 한무리의 젊은이들이 달려들더니 양동이로 물을 퍼붓는 것이었습니다.

‘윽- 차거워’ 하고 놀라다 생각하니 내 몸뚱아리는 차 안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갑자기 차 앞문에 쏟아 붓는 물세례에 기절초풍 할 뻔 했습니다.


차에 탄 사람에게까지 물을 뿌릴 정도로 광신적인 이들의 축제는

산후안 마을의 수호성인 세례자 요한을 기념하는 세레모니랍니다.

수호성인 요한이 세례 할 때 물을 사용한 것을 모방한 것이 지역 전통축가 된 것입니다.

덕분에 이날 만큼은 물을 뿌리는 자나 맞는 자 모두가 행복한 표정을 지을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땡-큐’ 소리도 절로 나온 답니다.


어제 물세례를 받은 우리 차-

1년 내내 무사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