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이야기

필리핀 이방인을 위한 Father’s day 세레머니

고향사람 2010. 6. 20. 09:48

이방인을 위한 Father’s day 세레머니



오늘 새벽, 장닭의 ‘꼬-끼오’ 소리보다 나를 먼저 깨운 노래가 있었습니다.

가끔 옆집에서 개념 없이 새벽에 전축을 틀어대는 통에 ‘오늘도 그런가 보다’하고 있는데-

바로 창가에서 화음까지 제대로 맞춘 천상의 목소리가 들려와 순간 잔뜩 긴장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게 무슨 시츄에이션-’

잠결인지 꿈결인지 도시 감을 잡을 수 없어 벌떡 일어나 보니

내 방 창가에 인적이 보였습니다.

대여섯명의 그림자가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던 것입니다.

새벽인데도 불구하고 그 목소리가 얼마나 낭낭한지 천사들이 내려 온 줄 알았습니다.


‘when it seems that you prayed til your strength is all gone and your tears fall like rain drops all the day long jesus cares and he knows just how much you can bear he'll speak your name to some one in prayer some one is praying for you ---’

‘당신이 지쳐서 기도할 수 없고 눈물이 빗물처럼 흘러내릴 때 주님은 우리 연약함을 아시고 사랑으로 인도 하시네 누군가 널 위하여 누군가 기도하네 네가 홀로 외로워서 마음이 무너질때 누군가 너를 위해 기도하네---’ 


some is praying for you- ‘누군가 널 위해 기도하네’라는 복음성가를 부르고 있었는데

그 가사 하나하나와 음정이 심금을 울렸습니다.

누군가 나를 위해 기도하는 심정으로 내 방 창가에 와서 노래를 불러주니 더 그랬습니다.

오늘이 무슨 날이기에, 아니 이 사람들이 집을 잘 못 찾아 온 건 아닌지-


이국땅에서의 첫 경험이라 도시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그러는 사이 아름다운 노래는 서너곡이 계속됐습니다.

노래가 끝날 즈음 그들에게 물었습니다.

지금 세레머니가 무엇을 의미하냐고 말입니다.


그랬더니 오늘이 파더스 데이, 바로 아버지 날이라는 겁니다.

우리야 벌써(5월8일 어버이날) 기념한 날이라 까맣게 잊고 있었지만

필리핀은 이제야? 아버지날이 도래한 셈입니다.


아침식사를 하기위해 식당에 나왔을 때 대청 벽에

‘당신은 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아빠’라는 포스터를 붙여 놓고 웃어 주던

헬퍼들도 그렇게 이뻐 보일 수가 없었습니다.


이국땅에서 그것도 이방인을 위해 마련한 피노이들의 새벽 세레머니-

오늘은 정말 색다른 감동의 경험을 하게 됐습니다.

내 아들도 전혀 생각지 못했던 일, 그리고 나 역시 평생 처음 겪어 본 경험이라

아직도 얼떨떨하지만 생각할수록 입가에 미소가 번집니다.


누군가 나를 위해 누군가가 기도하고 있다는 생각을 들게 한 오늘 새벽의 노래-

정말 하루하루를 힘차고 자신 있게 살아 갈 또 다른 이유를 챙기게 됐습니다.

‘-오늘이 아버지날이래’ 혼자 중얼 거리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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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필리핀을 비롯해 캐나다와 미국 등 세계 55여개국에서는

매년 6월 셋째주 일요일을 ‘아버지의 날(Father’s day)’로 지키고 있습니다.


올해는 6월 20일인 오늘이 바로‘아버지의 날’입니다.

이 날은 1910년 미국 워싱턴 주에서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아버지 손에 키워진 소노라 스마트 도드(Dodd)란 여성이

6월 중순만 되면 아버지에 대한 감사함을 표시한 것에서 기념하기 시작됐습니다.


북미에서는 1972년 이후 정식으로 ‘아버지의 날’이 생겨났답니다.

우리나라는 5월8일이 어버이날이지만

나라마다 어버이날도 차이가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