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이야기
봉지쌀을 나눠주며-
고향사람
2010. 6. 15. 10:34
40대 후반의 한국인이라면 봉투 쌀과 낱장 연탄을 기억할 겁니다.
쌀을 여유 있게 사 놓고 먹을 만큼 넉넉지 못한 이들이
하루 먹을 쌀을 사서 봉투에 담아 오거나
새끼줄에 매단 연탄을 들고 골목길을 다니는 모습을 지켜본 세대들이니까 말입니다.
지금은 먼 추억 속 이야기지만
피노이들 중에서는 아직도 이런 모습을 볼 수가 있답니다.
지난 토요일 오후.
아우네 가족과 가까운 곳에 사는 한인 가족이 쌀 5가마니를 가지고
산간 마을 빈촌을 찾아 80가구에게 5킬로그램짜리 쌀 봉지를 하나씩 나눠주고 왔습니다.
근처에 논이 없어 쌀도 귀한 곳이지만 그 보다도 돈이 없는 가난한 이들이라
쌀을 사 먹기가 힘든 그런 곳이었습니다.
우리가 쌀을 미리 5킬로그램씩 나눠 비닐봉투에 담아 오는 이들에게 하나씩 나눠주자
모두가 좋아서 입이 벌어 졌습니다.
외상이면 소도 잡아 먹는 다는 한국 속담도 있지만
이 쌀은 외상도 아닌 공짜이기 때문에 더 좋아 했던 것 같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한 집에 쌀 한 자루씩 나눠주고 싶지만 워낙 많은 가구가 있어
우선은 5킬로그램씩 나눠주게 된 것입니다.
영어도 안통 할 만큼 외진 곳에 사는 이들이지만
마음 하나는 쌀 때깔 보다 더 고운 덕에 우린 이심전심이 됐답니다.
받는 것 보다 주는 것이 더 기분 좋다는 사실을-
피노이들을 통해 또 배우게 됐습니다.
이날 이 후 어린 조카들도 느낌이 많았는지 밥알 한 톨 흘리는 것도 조심하고 있답니다.
봉지쌀이 우리에겐 더 큰 사랑이 되어 돌아 온 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