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이야기

얼굴 속 3년 묵은 때도 깔끔히-

고향사람 2010. 4. 6. 21:49

얼마 전, 한국에서 승합차 두 대를 운송해 왔습니다.

컨테이너에 넣어 배로 가져온 것입니다.

이 때 차량 부품을 비롯 가전제품과 일상용품들을 차 안에 넣어 왔습니다.


컨테이너에서 차를 꺼내면서 온 몸에 지저분한 것이 많이 묻었습니다.

얼굴은 땀 범벅이 됐고 말입니다.

마땅히 씻을 물도 없고- 이 때 생각 난 것이 물휴지였습니다.


운전석 옆에 있는 서랍(다시방?)을 열어 보니 마침 물휴지통이 있었습니다.

정신없이 몇 장을 꺼내 얼굴을 닦았습니다.

옆에서 일하던 피노이 한테도 여러장 뽑아 줬습니다.

-한국 물휴지라 질이 좋다고 하면서 말입니다.


이후 물휴지는 내 주머니와 가방을 왔다갔다하면서 효자 노릇을 했습니다.

민다나오 촌구석에서 물휴지 구하기가 쉽지 않은 터여서 더 그랬습니다.

그런데 물휴지를 사용할 때마다 개운한 맛이 없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좀 오래돼서 그런가?


그러면서도 한 통을 다 썼습니다.

이제 몇 장 남지 않은 물휴지를 다 꺼내고 통을 버리려다 보니

글씨가 좀 낯설었습니다.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뜨고 보니 ‘다용도 크리너’였습니다.

부연 설명으로 써 놓은 글씨도 보였습니다.

‘찌든 때 제거에 살균기능까지’


-이런 제길. 그럼 내가 여지껏 얼굴을 닦았던 게 물휴지가 아니고 크리너였단 말여.

순간 내 물휴지를 나눠썼던 피노이 기사를 쳐다보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검은 피부가 훨씬 말개진거 같았습니다.

한국산 다용도 크리너를 오래 사용한 결과???가 나타난겁니다.


-그려 달리 ‘다용도’것니. 아마 얼굴 씻는 것도 다용도에 포함돼 있을껴.

넌 얼굴이 하얘저서 좋겄다. 근디 내 얼굴은 시방 어떠냐.

속으로 중얼거리며 계속 피노이 기사를 쳐다보고 있자

녀석도 느낌이 이상한가 봅니다.


내 얼굴 한 번 쳐다보고 다용도 크리너 통 한 번 쳐다보는 게 말입니다.

-니가 한글 모르는 게 참 다행이다 ^^


암튼 내 얼굴 속 3년 묵은 때도 다 벗겨 냈다는 거 아닙니까.

님들도 한 번 사용해 보세요.

얼굴 닦는 데는 ‘다용도 크리너’가 최고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