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이야기
‘삼월-쑥부치미’ 필리핀서도 가능하네요^^
고향사람
2010. 3. 20. 17:54
우수 경칩이 지나고 나면 환갑 넘은 할머니도 봄처녀가 되는 게
한국의 춘삼월 정경중 하나입니다.
이때는 양지녁마다 파릇파릇 싹이 돋고 달래 냉이 쑥을 캐는
아낙들이 넘쳐납니다.
들녘에 나갔다 온 광주리에는 쑥이 가득하고
낮에 아지랑이한테 홀린 처녀가 밤새 춘몽에 시달리는 것도 이때입니다.
하지만 이튿날 쩌 먹는 쑥개떡과 쑥버무리는
봄빛에 물든 달뜬 마음까지 치료해 주는 명약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맛에 길들어져 버린 한국인들의 삼월-
필리핀에 와 살다보니 다 옛이야기가 돼버렸습니다.
그래도 3월 달력만 봐도 울렁이는 마음은 변함이 없습니다.
쑥개떡과 쑥버무리 생각도 간절해지고 말입니다.
그런데 올 삼월은 이 소원을 풀었습니다.
그것도 필리핀 한 복판에서 말입니다.
내 살고 있는 민다나오 발렌시아 인근의 산간마을에서 쑥을 발견한 것입니다.
그것도 적지 않은 양을 말입니다.
외사촌 아우의 장모가 이곳을 방문했다가 발견한 겁니다.
바로 그 쑥을 뜯어다가 국을 끓이고 부치미를 해 먹었습니다.
쑥 향이 얼마나 진하던지-
필리핀 삼월에서 고향의 춘삼월을 발견한 듯 했습니다.
쑥이 있는 곳은 이제 우리들만의 비밀 장소가 됐습니다.
입맛이 없을 때 마다 그 쑥을 뜯어다가 국도 장도 끓여 먹습니다.
쉬는 날에는 쑥부치미도 해 먹습니다.
이 나라에 와서 발견한 것 중 가장 귀하고 아름다웠던 것-
그건 바로 쑥이었습니다.
근처에 사시는 분 중에 쑥 맛을 보고 싶다면 한 번 오세요
언제든지 쑥 맛을 보여 드릴 수 있으니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