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이야기
이런 트럭 만나도 겁내지 마세요
고향사람
2010. 2. 16. 08:48
필리핀서 살다보면 겁나는 일이 제법있습니다.
이민국에서 인상 더러운 이가 다가와 말 걸때와
교통경찰이 아는 체하며 내 차 앞을 가로 막을 때도 겁이 나지만
장수하늘소 보다 더 큰 바퀴벌레가 떼 지어 노는 것도
피부병에 걸려 털이 다 빠진 똥개와 마주칠 때도 엄청 겁이 납니다.
어디 이뿐입니까.
지방을 다니다 대관령 한계령보다 더 높은 산길 내리막에서
빌빌 거리며 내려오는 대형 트럭을 만나게 되면 정말 더 겁이 납니다.
이들 트럭 대부분이 바퀴에서 허연 수증기가 뿜어 나오는데
그 모습만 봐도 심장이 약한 사람은 소름이 끼칠 정도입니다.
열 받은 바퀴가 언제 터질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 바퀴에 언제 불이 붙고 그 트럭이 어떻게 전복이 될지 상상이 되면
더 오금이 저려 그 차량 옆을 추월할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내용을 알고 보면 그저 웃음만 납니다.
노후 트럭이 브레이크 과열을 막기 위해 바퀴에 물을 뿌리며 내려와
그 물이 수증기가 돼 뿜어져 나오는 현상에 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엄청 겁이 나지만 안심해도 된다는^^
차량 좋은 한국의 트럭들은 엔진 브레이크만으로도 충분하지만,
필리피노들은 노후 차량을 이 처럼 슬기롭게 이용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래도 멀쩡한 도로에 물을 흥건히 뿌리며 고갯길을 내려가는
대형 트럭을 만나게 되면 한국인 운전사들은 대개가 오금이 저려 옵니다.
덕분에 필리핀서 좀 살다보면 자꾸 간(肝)만 커지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