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사랑은 이런거래요
고향사람
2010. 1. 22. 08:21
생 전 처음 카메라 하나 달랑 메고
엄니와 단둘이 마닐라 시내 관광에 나서던 날
그냥 말로만 들어도 가 본거나 진배없다며
손사래질 치시는 엄니를 안다시피 차에 모시고 리잘파크를 찾았습니다
동상 뒤 편 분수대 사이 엄니를 세우고
앵글 속 모습을 보면서 하나 두-울 카운터를 하다보니
베이지 색 양산 속 활짝 웃는 엄니 얼굴의 주름이 먼저 세어집니다
아마도 수 십년 전에는
엄니가 경치 좋은 곳에 나를 세워 놓고
카메라 앞에서 달뜬 목소리로 외쳐댔을 그 소리-
하나아 두우울 세엣
-웃어보랑께 그려 그렇게
사랑은 돌려주는 거
사랑은 웃어야 하는 거
사랑은 세월이 가도 변하지 않는 거
일흔일곱 되신 엄니 앞에 카메라를 들이대면서
그 맏아들은 이제서야 철이 들었지만
엄니는 먼저 가신 아버지를 원망합니다.
-좀 더 살지
몰 오브 아시아에서 해넘이를 보고
마닐라 동물원과 유적지를 구경한 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승용차 안에서 아들 생각을 하니 미소가 절로 납니다.
‘할머니만 오시면 아부진 다시 애가 된다니까요’
가끔씩 해 대던 아들놈의 농이 생각나서입니다.
노모 앞에서는 언제나 철부지 아이인 내 삶이
언제까지나 계속됐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