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비아그라’를 먹여라-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지속적인 단백질 공급을 위해서는
닭을 키우는 게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실험 대상으로 우선 중병아리 20마리를 사다 놨습니다.
닭장도 짓고 울타리도 잘 만들어 놓은 뒤
20마리의 중병아리를 풀어 놓자 모두들 좋아라 했습니다.
물론 일부는 치킨을 생각했을 것이고 혹자는 날마다 계란을 먹을 수 있겠거니
생각했을 수도 있습니다.
현장 관리자 역시 병아리 모이와 물통까지 사다 주며
잘 키워서 매일 계란 반찬을 만들어 먹으라고 했더니
누구보다도 관심이 많아 졌습니다.
그런데 어제는 심각한 표정으로 오더니
병아리에게 비타민을 사다 먹여한 한다고 일러 주는 겁니다.
그렇게 해야 잔병 없이 잘 큰다는 게 요지였습니다.
그 소릴 듣곤 내가 웃으면서 대답했습니다.
-차라리 비아그라를 사다 줘라.
깡촌에 사는 필리피노중에는 평생 비타민이 어떻게 생긴 줄도 모르고 지낼판에
병아리에게 비타민을 먹이자고-
‘냅 둬라. 비타민을 먹이면 잘 클지는 모르지만
병아리에게 먹일 비타민이 있다면 느그들 먼저 먹이겠다’
한국처럼 사료를 먹이면 그 안에 항생제를 비롯 각종 영양 성분이 잘 배합돼 있어
별도로 비타민 같은 처방을 하지 않아도 되지만
이곳에서는 병아리 모이라는 게 조나 쌀겨 등 곡물이 전부여서
사실 비타민제를 먹이는 것이 정상일지 모릅니다.
‘중병아리니께 비타민 안 먹여도 잘 클껴.
긍께 개구락지랑 지렁이 이런 거 자주 잡아다 줘 그게 진짜 비타민잉께’
속으로만 일르고 돌아 왔습니다.
자라는 거 보면서 개체수도 늘리고, 비타민도 먹일 생각입니다만.
매일 알만 잘 나 준다면야
비타민이 아니라 날마다 쇠고기 국인들 못 끓여 줄까요^^